80살 노인이 미술관서 양말 벗고 ‘버피’를… “이게 예술이냐고?”

입력 2023-08-2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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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서울 종로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 전시. 성 작가가 1980년대에 작업한 '현장' 연작들에 개별적인 제목을 붙이고 벽면에 직접 연필로 적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 전시. 성 작가가 1980년대에 작업한 '현장' 연작들에 개별적인 제목을 붙이고 벽면에 직접 연필로 적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80살 노작가 성능경이 양말을 벗었다. 고요한 전시관에 맨 발로 선 그는 간단한 몸풀기 동작을 선보이더니 이내 젊은 사람들도 버거워하는 ‘버피’ 동작을 수 차례 시연했다. 바닥을 짚고 다리를 뒤로 쭉 폈다가 다시 일어서 점프하기를 수 차례, 22일 오전 서울 종로 갤러리현대에 모여 그의 ‘퍼포먼스’를 관람하던 수많은 기자들 사이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날 자신의 대표 사진작품 ‘수축과 팽창’(1976)에 담긴 몸동작을 재현한 성 작가는 분류하자면 한국의 실험미술 1세대이자 전위예술가다. 주류 미술계에서는 ‘괴짜 행각’(퍼포먼스)을 일삼는 정도로 치부해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1944년생인 성 작가는 60년대 홍익대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했다. 다만 그림을 그린 시기는 짧았고, 평생 사회적 시선에 구애받지 않는 퍼포먼스와 이를 촬영한 사진 작업을 선보였다. 예술가로 55년 넘게 활동했지만 개인전은 네다섯 차례에 그쳤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 전시. 성 작가의 대표작 '수축과 팽창'의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 전시. 성 작가의 대표작 '수축과 팽창'의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 전시. 성 작가의 대표작 '수축과 팽창'의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 전시. 성 작가의 대표작 '수축과 팽창'의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성 작가가 여든을 앞둔 지난해, 거대한 반전이 찾아왔다. 당시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최초로 열릴 한국 실험미술 전시 자료 조사를 위해 현지 큐레이터들이 내한했는데, 국내에서는 오랫동안 눈여겨보지 않았던 성 작가의 작업을 특히 높게 평가하고 발굴하면서 오는 9월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릴 출품전의 대표 작가 중 하나로 선정한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도 지난 5월 말 발맞춰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를 통해 성 작가의 작품을 국내에 공개했고, 당시 성 작가는 서울관 로비에서 ‘신문 읽기’(1976)와 연결된 퍼포먼스를 펼치면서 다시 한번 주목을 끌었다. 이 퍼포먼스는 유신정권의 서슬 퍼런 감시 아래서 일상과 자유를 갈망했던 군상의 모습으로도 읽힌다.

이날 갤러리현대에서 ‘수축과 팽창’ 퍼포먼스로 재현한 성 작가는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스트레칭을 ‘몸 부리기’로 부르며 예술화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70년대에는 ‘그게 무슨 예술이냐’라고 말할 정도로 업신여김당했지만, 오늘날에는 아시다시피 온 세상이 헬스클럽이니까 관심들을 가져주는 것 같다”며 웃었다.

작품 해설을 맡은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신체를 최대한 확장했다가 움츠리는 ‘수축과 팽창’은 돌이켜보면 유신 당시 아주 강력한 권력으로 (사람들을) 억누르려 했던 상황에 최대한 저항해 보려 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의미를 짚었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 전시. 성 작가의 대표작 '검지'가 걸려 있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 전시. 성 작가의 대표작 '검지'가 걸려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권위주의 시절 보도된 언론 기사 속 사진을 재촬영해 자신만의 표기를 덧댄 1980년대 ‘현장’ 연작, 네 자녀와의 생활과 개인 일상에 집중한 1990년대 사진들, 회화적 성격이 짙어진 2000년대 작품 등 14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성 작가는 이날 별도의 제목 없이 ‘현장’으로 뭉뚱그려 부르던 1980년대 작업물에 ‘잠수교’, ‘남남’등의 이름을 붙여 벽면에 연필로 표기하는 퍼포먼스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3월 미국의 유명 갤러리 리만 머핀과 전속 계약을 체결한 성 작가는 오는 9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단체전시 등 세계 무대 활동이 예정돼 있다.

성 작가는 “’이런 걸 누가 예술이라고 하겠느냐’고 하겠지만 무엇이 예술인지는 (명확히) 대답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예술은 우리를 늘 미궁에 빠뜨리지만 그럼에도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계속 해야한다”고 했다.

갤러리현대 ‘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 전시,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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