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참사는 한 번으로 족하다

입력 2023-08-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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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공사’라는 유령이 한국 사회에 재차 아른거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17년 이후 발주한 단지 15곳에서 무량판 구조 기둥 내 보강 철근 누락이 확인됐다. 5월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이후 두 달 만에 대규모 부실 공사의 실체가 일부 드러난 셈이다.

이미 한국 사회는 부실 공사의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1995년 6월 29일 서울 서초구 삼풍백화점 붕괴라는 대참사는 부실 설계와 부실 공사, 유지관리 부실 때문에 발생했다. 그 결과 사망자 502명의 대량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이후 건축법 강화와 부실 공사 근절, 한국 사회의 안전불감증 근절 노력 등으로 이어졌지만, 대참사가 30년도 지나기 전에 부실 공사의 그늘이 또다시 한국 사회에 드리운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정부가 발 빠르게 사태 수습에 나섰다는 것이다. 우선 정부는 민간 아파트 전수조사에 나선다. 전국 민간 아파트 293개 단지를 점검해 최대한 빨리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105개 단지는 공사 중이며, 188개 단지는 입주를 완료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15개 부실 공공 아파트 단지에 대한 보강 공사 등 문제 해결에도 착수하겠다고 했다.

다만, 우려도 가득하다. 무량판 구조 보강작업은 전례가 없는 만큼 보강 방법과 비용, 기간 등이 모두 ‘물음표’다. 개별 단지의 상황에 맞는 보완법과 비용, 기간을 정하는 일만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소모될 전망이다. 앞으로 LH와 국토부가 역량을 집중해야 할 지점이다.

국토교통부와 LH의 전수조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부실 공사의 그림자를 지우고, 더 큰 참사를 막아야한다.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1번의 대규모 참사 이전에 29번의 작은 사고와 300번의 가벼운 징조가 나타난다고 한다. 이번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와 15개 부실 단지 발견을 한 번의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어낼 계기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한 구조기술사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묻자 주저 없이 “설계와 시공사의 무량판 구조 시스템의 구조적 이해 부족”이라고 말했다. 어느 한 곳의 잘못이 아닌, 발주처부터 현장 노동자까지 모든 이해 관계자의 이해 부족이 이번 부실 공사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LH는 선제적으로 건설 공법 이해도를 높일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또 설계부터 감리까지 공사 전 과정을 들여다보고, 위험 요소가 발견되면 먼저 수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부실 공사 우려를 말끔히 지워야 한다. 순살 아파트가 참사 아파트로 바뀌어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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