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가격 내렸지만…인건비·물류비 등 원가 부담은 여전
정부 압박에 라면업계 1위 농심이 제품 가격을 내리기로 결정함에 따라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다른 업체들도 인하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인건비, 물류비 등 곡물 가격을 제외한 다른 비용이 모두 오르고 있어 인하 결정에 대한 부담이 여전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27일 본지 취재 결과 농심에 이어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주요 라면 업체들이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오뚜기 관계자는 “7월 중으로 라면 주요 제품 가격 인하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인하율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도 “내부적으로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팔도 역시 내부적으로 라면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이지만, 시기와 인하 폭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95%를 차지하는 4개 라면 업체들이 가격 인하에 나선 건 최근 정부가 서민 물가 부담을 이유로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5월 라면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동월보다 13.1%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2월(14.3%) 이후 14년 3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주 국제 곡물 가격이 떨어지자 정부는 제분업계에 밀가루 가격을, 식품업계엔 라면 가격 인하를 직접적으로 압박했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국제 밀 가격이 내렸으니 라면 가격도 내렸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또한, 전날 농림축산식품부는 제분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밀가루 가격 인하를 요청했다.
이에 농심이 가격 인하 신호탄을 쐈다. 농심이 7월 1일부터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 가격을 각각 4.5%, 6.9% 내리기로 하면서 다른 업체들도 인하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농심의 신라면 가격 인하는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이번 결정으로 소매점 기준 1000원에 판매하는 신라면 한 봉지의 가격은 50원, 1500원인 새우깡은 100원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라면 업계는 가격 인하로 가닥을 잡으면서도 위험 부담은 적지 않다고 토로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곡물 가격은 내렸어도 인건비나 물류비 같은 다른 비용들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기 때문에 인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