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일 “국민의 세금이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대리로펌 및 전문가들과 함께 판정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엘.피.(이하 엘리엇)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1조 원 규모의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 판정 선고가 난지 사흘 만이다.
판정 결과에 불복할 지를 두고 관계 부처 간 협의 중인 것으로 보인다. ISDS 중재 당사자는 관할 흠결, 절차의 심각한 일탈,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이번 사건의 법정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선고일로부터 28일 이내에 중재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승인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7억7000만 달러(한화 약 9900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ISD를 제기했다. 중재판정부는 판정문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관해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과정에 정부의 불법 개입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물론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까지 주요 피고인들에게 유죄가 확정된 사실이 반영됐다.
중재판정부는 국내 형사 확정판결을 인용, △국민연금이 사실상 본건 합병에 있어 캐스팅 보트를 가지고 있어 국민연금의 표결과 삼성물산 주주들의 손실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국민연금의 행위가 우리 정부에 귀속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법무부는 공개했다.
또한 중재판정부는 협정 위반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중재판정부는 본건 합병 관련 국내 형사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인용하면서 우리 정부가 협정상 최소기준대우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와 충분한 보호 및 안전을 포함한 국제관습법 상 외국인에게 인정되는 대우를 최소기준대우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및 절차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관련 법령과 중재판정부의 절차명령에 따라 판정문 등 본 사건 관련 정보를 최대한 공개해나갈 예정이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