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은 이날 오후 내외부 위원 7명이 참여한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정유정의 이름, 나이, 사진을 공개하기로 했다. 경찰은 “범죄의 중대성과 잔인성이 인정되고, 유사 범행에 대한 예방효과 등 공공 이익을 위한 필요가 크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5시 30분쯤 부산 금정구 소재 피해자 A 씨 집에서 A 씨를 흉기로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범행 3개월여 전부터 인터넷에 ‘시신 없는 살인’, ‘살인 사건’, ‘범죄수사 전문 프로그램’ 등 내용을 검색해 보거나 도서관에서 범죄 관련 소설 등을 빌려 본 것으로 파악됐다.
정 씨는 과외 학생과 교사를 연결해주는 스마트폰 앱에서 학부모를 사칭해 지난달 24일 A 씨에게 접근했다. 정 씨는 “아이를 집으로 보낼 테니 가르쳐달라”고 요청해 A 씨와 약속을 잡은 뒤, 26일 중고마켓에서 구매한 교복을 입고 A 씨 집에 찾아갔다. 경찰은 정 씨에 대해 “체구가 작아 중학생으로 위장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 전 문자 대화를 통해 그 시간대에 A 씨가 홀로 집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A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고, A 씨 집을 나서기 전 범죄 흔적이 남은 옷을 갈아입었다. 정 씨는 집으로 돌아와 여행용 캐리어 등을 챙겼고, 가게에 들러 락스와 비닐봉지 등을 사 들고 다시 현장으로 갔다. 이후 시신 중 일부를 캐리어에 담아 택시를 타고 자신이 평소 산책하던 경남 양산 낙동강변 풀숲에 유기했다.
이 과정에서 정 씨 행색을 수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이 정 씨를 찾았을 때, 그는 A 씨 지갑과 신분증 등을 소지하고 있었다. A 씨가 실종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그의 물품을 함께 챙겨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27일 정 씨를 긴급 체포한 데 이어 피해자의 나머지 시신을 피해자의 집에서 발견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지난달 29일 살인 혐의로 구속된 이후 ‘피해자와 다투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으나, 31일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살인해보고 싶어서 그랬다”며 범행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은 정 씨에 대해 “평소 사회적 교우 관계가 전혀 없었고 폐쇄적인 성격에 5년 전 고교 졸업 후 특별한 직업도 없었다”며 “사이코패스 여부를 검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정 씨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