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플랫폼 통한 락인효과 기대
금리 인하 출혈경쟁 우려도 커
소비자가 클릭 한 번으로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대환(상환) 대출 인프라’가 이달 말 출범한다. 금융권에서는 선점을 노리기 위한 기대감과 우려 섞인 목소리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대환 대출 인프라는 은행과 저축은행 등 금융권의 대출 상품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비교해보고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플랫폼에는 은행 전체(19개), 비은행권 저축은행(18개), 카드(7개), 캐피탈(9개) 등 53개 금융회사와 핀테크 등이 참여한 23개 대출 비교 플랫폼이 참여한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대환 대출 서비스에 모두 참여를 확정했지만, 자사 플랫폼을 통해 참여하는 건 신한은행뿐이다. 우리은행은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에 입점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도 카카오페이에 입점하기로 했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도 외부 플랫폼을 통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어떤 효과를 낼지 미지수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면서 “소비자들이 자체 플랫폼을 통해 넘어오거나 락인효과가 나타난다면 다른 은행들도 자체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조심스러운 건 자칫 금리 인하 경쟁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환 대출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들이 한눈에 금리 수준을 비교하게 되면 은행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대출 금리를 인하하는 출혈 경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식 출시를 앞두고 경쟁은 본격화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대환 대출 인프라 전용 금융상품을 출시한다. 세부적인 수치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존 비대면 신용대출 대비 더 낮은 금리를 책정하거나 더 많은 한도를 부여하는 등 금융소비자 편익을 확대해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 계획이다. 하나은행도 대환 대출 인프라 특화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을 뺏길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대환대출 플랫폼이 손해일 수밖에 없다. 무리해서 금리를 내리다 보면 손해비용은 고객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등 2금융권에서는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기 때문에 불리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정부에서 밀고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참여하긴 하지만 수익성 측면에서 우려는 계속 있어왔다”고 토로했다.
수수료 논쟁도 여전하다. 소비자가 금리를 조회할 때마다 대출 대출 인프라에 참여하는 플랫폼 회사는 금융결제원을 통해 은행들에게 건당 15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만일 한 고객이 53개 금융회사 금리를 조회했다면 795원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목적에 맞지 않게 과도한 수수료 부담을 소비자에 지우거나 금융업계의 건전한 영업, 시장안정을 저해하는 행태가 나타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