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만 6965억…62.7% 늘어
무이자 할부 확대도 실적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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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올해 1분기 일제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높아진 연체율에 적립해야 하는 대손충당금도 함께 늘면서 카드사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연체율 상승 가능성이 높아 카드사 건전성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 4곳(신한·KB국민·우리·하나)과 삼성카드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460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957억 원)보다 22.7% 줄었다.
이 기간 하나카드의 당기순익은 202억 원으로 전년 동기(546억 원)보다 무려 63%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우리카드(458억 원), KB국민카드(820억 원)의 순익은 각각 46%, 31% 줄었다. 고객 확보를 위해 무이자 할부를 확대했던 것이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삼성카드의 경우 1608억 원에서 145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 줄었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1분기 1759억 원에서 5.2% 줄어든 1667억 원을 기록했다.
카드업계가 이처럼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은 핵심 원인은 ‘고금리 여파와 자금조달 비용 상승’이다. 지난해 말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연체율이 높아져 곳간에 쌓아 둬야하는 자본(대손충당금)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실적이 감소한 것이다. 각 사 공시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하나카드는 1분기 총 6965억 원을 충당금으로 쌓았다. 전년 같은 기간 보다 62.7% 늘어난 규모다.
문제는 연체율이다. 시중은행 등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중·저신용자들이 카드사로 몰려 카드론 등의 이용이 늘어나면서 연체율도 급격히 상승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카드의 30일 이상 연체율은 1.37%로 전년 동기대비 0.49%포인트(p) 뛰었다. KB국민카드 1.19%(0.4%p), 우리카드 1.35%(0.56%p), 하나카드 1.14%(0.17%p)도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모두 상승했다. 주요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일제히 1%대를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당시인 2021년 1분기 이후 2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하락에 따른 실적 개선을 전망하면서도 연체율에 대해서는 낙관하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하반기에도 1%를 상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리볼빙 잔액이 많이 증가해 연체율은 앞으로도 1% 이상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연구위원은 이어 “금리 하락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당장 실적이 좋아지진 않겠지만 조달 비용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면 내년 정도 돼야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