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블록체인 신봉자

입력 2023-04-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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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제게 종교예요.”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서 일하는 한 개발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에겐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자산이 중앙화된 화폐 권력을 뒤집고, 웹3가 세상을 바꿀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금융당국 관계자 역시 “블록체인에 대한 믿음이 종교 같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그저 도구일 뿐인데, 믿음이 과도해 보인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블록체인 업계는 다른 IT업계와 달리 종교처럼 이념적인 언어를 즐겨 사용한다. ‘블록체인 신봉자’, ‘에반젤리스트’, ‘탈중앙화 가치관’ 등. 인공지능(AI) 업계에서도 AI와 인간의 영역을 고민하는 윤리 논쟁이 종종 벌어지지만, 블록체인 업계에서 벌어지는 논쟁과 결이 다르다. AI를 두고 벌어지는 철학적 논쟁은 다양하고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지만, 블록체인 이념 논쟁은 단순하고 이분법적이다. “너는 블록체인 신봉자니? 아니니?”

가상자산 거래량이 쪼그라들고, 권도형의 체포 소식과 함께 연일 ‘강남 납치·살인’ 사건 소식이 들리는 요즘,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는 약해진 듯하다. 개미 투자자들은 더이상 ‘가즈아’를 외치며 코인을 사지 않는다. 디지털자산 거래소 협의체는 연일 신뢰 회복을 외치지만, 투자자들은 모호한 상폐 기준에 의문을 제기한다. 시장에 돈이 모이지 않고, ICO(코인 발행)로 재미 보던 시절이 끝났으니 개발자들도 블록체인 업계를 떠나간다는 소식이 들린다.

물론 이런 가운데에도 믿음은 이어지고 있다. DEX(탈중앙화 거래소) 거래량은 조금씩 늘고 있고, SVB 사태 등 중앙 금융 시스템이 휘청일 때마다 비트코인 가격은 오른다. 목소리가 크지 않지만, 믿음을 가진 이들은 여전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술과 코인은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코인을 발행하지 않은 블록체인 기업도 있고, 많은 블록체인 플랫폼이 여러 프로젝트에 투자하며 유용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다. 사실 어떤 믿음이든, 다들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이 대부분인 듯하다. 자기 신념에 열변을 토하다가도, 뒤에서는 계산기만 두드리는 사람들을 수도 없이 봤다. 돈 앞에선 이념도 국경도 없듯, 탈중앙화 가치관도 블록체인에 대한 믿음도 흐릿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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