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우리 애가 왜 이러죠?”
내 배로 낳은 내 자식이지만 도무지 알 수 없었던 이 금쪽이들. 선생님을 찾아 SOS를 치는 부모님의 급한 마음이 느껴지는데요. 이해하고 싶었지만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시절 그 아이. 그런데 말입니다. 이제는 그 아이가 애타게 선생님을 부르고 있는데요.
우리 엄마가 이상합니다. 분명히 자식은 나인데, 다른 자식(?)에게 더한 애틋함을 느끼고 있는데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같은 반응이 응축된 사연 하나가 웃음을 줬습니다.
‘엄마는 왜 임영웅 편의점 알바 했던 것에 짠해하냐. 나도 했었잖아. 나 3년 했잖아’
임영웅이 무명시절 편의점, 택배 상·하차, 가구 공장 등 다양한 곳에서 알바를 하며 가수의 꿈을 키워왔다는 소식. 이를 접한 엄마의 반응에 따른 자녀들의 어이없음, 그 모든 내용이 담긴 한 줄 이었죠.
3년 내내 편의점 알바를 한 자녀보다 지금의 자리까지 오기 위해 애썼던 임영웅의 노력이 훅 다가온 엄마였는데요. 댓글 또한 폭소 가득 공감 100%의 간증이 이어졌습니다.
‘ㅋ’ 가득한 댓글 사이사이 “우리 집만 이런 게 아니었네”, “우리 집 먹이사슬 최강자도 임영웅 님이심”, “내가 언제 집에 오는지는 몰라도, 임영웅이 어디서 뭘 하는지는 다 아심” 등 서로를 위로하며 웃음으로 승화하는 멋진 반응이 연이었죠.
이제는 자녀들도 받아들였습니다. 우리 집 서열의 최상단에는 ‘히어로’ 임영웅 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렇게 잔소리를 해도 자녀들의 말을 귓등으로 넘겨버리던 부모님이 임영웅의 한 마디를 명언처럼 새기는 상황이 즐비합니다. 최근 자녀들이 부모님의 건강이 염려돼 건강검진을 권유해도 영 모든 것이 귀찮다고 답하며 그렇게도 검진을 피해 다녔는데요. 그러자 자녀들이 우리의 선생님, 우리의 히어로 임영웅 님께 읍소하기에 이르렀죠.
결국, 이 모든 상소를 접한 임영웅 님은 건강검진 어명을 내리셨는데요. 자신에 팬카페에 “누가 그러더라. ‘임영웅 씨 사람들한테 건강검진 좀 받으라고 얘기해 주세요. 우리 엄마, 아빠 건강검진 좀 받으시게요. 병원에 안 가세요’라고 하더라. 시간 되실 때 건강검진 꼭 하시라. 저는 며칠 전에 했다. 건강은 직접 챙겨야 한다. 건강검진 꼭 하시라”고 당부 글을 올렸죠.
자식 말은 안 들어도 임영웅 말은 듣는다. 이 완벽한 공식이 성립한 순간이었는데요. 효과는 바로 나왔습니다. SNS와 커뮤니티 곳곳에서 “내 얘기는 듣는 척도 안 하던 할머니가 병원을 예약해 달라고 하신다”, “덕분에 부모님 건강검진에 성공했어요. 감사합니다”, “웬일로 건강검진 하겠다고 하시나 했더니 역시 임영웅 님이었군요”라는 감사 인사가 쏟아졌죠.
이런 사례들이 이어지자 자녀들의 머리는 번뜩였는데요. 임영웅과 함께라면 부모님의 무한 호통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겁니다.
매번 시킬 때마다 혼났던 ‘엽떡’ 광고 주인공으로 나서달라는 요청을 하기에 이르렀는데요. 이왕이면 몇 개 이상 구매 시 임영웅 포스터와 포토카드 등을 포함한 프로모션을 진행해달라는 디테일한 설명까지 덧붙였죠.
해당 글이 인기를 끌자 너도나도 자신의 최애 제품을 목놓아 외쳤습니다. “임영웅 씨 제발 플레이스테이션 광고를 해주시면 안 되나요?”, “멋진 전사의 옷을 입고 게임 광고 어떠세요?”, “1일 1마라탕 하고 싶어요. 임영웅 씨 마라탕 좋아하시나요?”라며 임영웅을 향한 사심 가득 부탁이 이어졌죠.
하지만 이런 외침에도 돌아온 건 자녀들에게 차려진 ‘본죽’ 한 상 이었는데요. 역시 우리 영웅이는 건강까지 생각하는 메뉴 선정이라는 부모님의 극찬을 반찬 삼아 말입니다.
이런 부모님의 열정은 아이돌 팬클럽 활동 그 이상을 넘어섰는데요. 이 정도면 타돌 덕메(덕질 메이트: 함께 덕질을 하는 친구)와 함께 사는 수준입니다. 앨범 판매 전 ‘팬 활동을 위한 스터디’까지 등록을 했는데요. 그건 어떤 스터디냐는 자녀들의 질문에 “그런 게 있다” 하시며 연일 공부 삼매경이죠. 스밍(스트리밍)을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 매일 초기화되는 투표 참여법, 지상파 순위 프로 1위를 위한 전략, 보도자료 홍보법 등 그 어떤 홍보팀도 해내지 못할 엄청난 열정이죠.
인터넷 사용법도 몰랐던 엄마가 시간에 맞춰 사이트에 들어가 ‘좋아요’를 누르고, 스밍 프로그램을 돌리는 이 생경한 광경에 멈칫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잘할 거였으면, 그동안 왜 나에게 미뤄온 건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임영웅 콘서트 예매 날에는 온 가족이 초비상인데요. 나름 아이돌판에서 뼈가 굵다고 외쳐왔지만, 이 엄청난 효도 예매 전쟁은 이겨낼 길이 없죠. 그런데 이 난리 속에서 포도알(콘서트 좌석)을 낚아챈 건 엄마였는데요. 역시 간절한 자는 이길 수 없는 걸까요. 내 돌 콘서트 예매 날에 친구들 대신 엄마를 동원해야겠다는 다짐도 함께합니다.
과거 아이돌 때문에 자녀들이 공부를 안 한다며, 아이돌과의 만남에 “내 딸 공부 좀 하라고 해주세요”를 외친 때가 있었는데요. 가수를 쫓아다니는 자녀, 그 뒤에서 “미쳤니?” 사자후를 내뱉은 부모님. 이제는 바뀌어야 할 것 같은데요.
“임영웅 님 우리 부모님 좀 말려주세요”를 외치며 또다시 읍소하는 자녀들의 모습. 그래도 웃음이 지어지는 건, 행복 가득한 부모님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기 때문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