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층부터 팔자" 미분양 사기 분양 판친다

입력 2009-04-2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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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층은 다 나갔어요" 포항 금호어울림 계약자들 불만 폭발

"아파트 브랜드만 보고 고분양가에도 분양 받으러 갔습니다. 로열층 다 나가고 저층 밖에 없다고 하니 믿을 수 밖에요. 로열층은 프리미엄 500만원을 얹어줘야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분양이 10% 밖에 안됐다고 하니까 기가 막힙니다"

포항의 한 미분양 아파트 계약자의 이야기다.

지방 미분양이 여전히 적체 현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업체들과 분양대행사들의 사기성 짙은 분양행위가 이어지고 있어 수요자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경북 포항시 우현지구에서 금호건설이 공급한 '포항 금호어울림'은 최근 분양 계약자들로 부터 강도 높은 저항에 시달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06년 5월 아파트 449세대를 공급해 최근 입주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전체 물량의 3/4에 이르는 339세대가 분양이 되지 않자 일부는 주공에 임대아파트로 매각하고 나머지는 최대 25% 파격 할인분양에 들어갔다.

기본 분양계약자들은 임대아파트와 '파격 할인'에 따른 아파트 가치 저하가 가장 큰 불만 사항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문제는 이 보다 더 심각하다. 일부 미분양 물량 계약자들의 경우 분양대행사 측에서 속아서 비인기 층을 매입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한 분양계약자에 따르면 미분양 계약 당시 분양 대행사 측은 최상층이나 로열층은 이미 매물이 다 사라졌다고 말하고 계약을 원할 경우 프리미엄 200만~500만원을 줄 것을 요구했다. 결국 이 계약자는 가뜩이나 높은 분양가에 대량 미분양이 난 아파트를 프리미엄까지 주고 사기가 싫어 4층 물건을 매입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른 부분. 이 분양계약자가 계약할 당시였던 2007년 초반 이 아파트의 분양 계약률은 고작 10%를 조금 넘는데 그쳤으며, 로열층이나 최상층 등 인기 있는 층 매물도 대부분 미분양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됐다.

결국 분양계약자는 시공사인 금호건설 측에 계약금 반환을 전제로 한 계약해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금호건설 측은 분양에 관해서는 분양대행사에게 일임한 만큼 건설사의 잘못은 없다며 이로 인한 계약해지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분양대행사의 반(半)사기 분양에 당한 계약자들의 불만은 입주가 시작되면서 회사 측이 미분양 물량을 털기 위해 20~25% '파격 할인'을 실시하면서 더욱 폭발하고 있다. 지난달 하순 시작된 포항 금호어울림의 할인분양에서 1층 미분양 물량은 25%를, 그리고 그 외의 층은 20% 할인이 각각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분양대행사의 영업에 속아 저층 미분양을 산 계약자만 앉아서 20%의 재산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포항 금호어울림에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미분양이 수두룩한 다른 지방 미분양 현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현상은 건설사들이 미분양 해소를 위해 미분양 판매권한을 분양대행사나 중개업자들에게 일임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 경우 분양대행사 등은 판매 이익 극대화를 위해 좋은 층은 자신들이 갖는 프리미엄을 붙이고, 아닐 경우 팔기 어려운 저층부터 매각하는 것이다. 즉, 어리숙하게 보이면 미분양도 사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 셈이다.

이에 따라 미분양 매수 희망자들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멀쩡히 로열층 미분양 물량이 있음에도 저층 물량을 '제 값' 다내고 사는 '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분양 업체들이 미분양 정보를 제대로 밝히지 않는 것은 이미 관행이 돼 있는 상태"라며 "이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모르는 매수자들은 분양 대행사들의 발언에 속기 십상이다"고 말했다.

그는 "미분양 물량을 매입할 때도 여러차례 분양 관계자들을 만나고, 주변 중개업소들과도 연락을 취해 두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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