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재무장관회의, 공동성명 채택 불발...우크라 전쟁 놓고 이견

러‧중, 전쟁 규탄 두 단락에 동의 안 해
인도도 ‘전쟁’ 대신 ‘위기’ 단어 쓰자 주장
전쟁 이슈로 다른 논의 함몰됐다 평가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24일(현지시간)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리고 있다. 벵갈루루(인도)/로이터연합뉴스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이견을 좁히지 못해 공동성명을 내지 못하고 끝이 났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인 24일부터 이틀간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공동성명 없이 회의 요약과 결과를 담은 의장 성명만 발표됐다.

중국과 러시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이견이 지속된 결과였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서방 국가 대표들은 이번 성명이 지난해 G20 정상회의 선언에서 후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러시아와 중국 대표가 이에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장국 인도는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규탄하는 내용의 두 단락은 러시아와 중국을 제외한 모든 회원국의 동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단락은 지난해 러시아를 제외한 G20 정상들이 공동선언으로 채택한 “‘대부분’ 회원국이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전쟁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된 문구다.

러시아와 중국은 G20 재무장관회의의 목적은 경제와 금융 문제를 다루는 것이라며 정치적 논의인 우크라이나 전쟁 문구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도도 회의 첫날 공동성명에서 ‘전쟁’이란 단어를 제외하길 원했다. 인도도 현재 무기, 원유 등을 러시아와 가장 많이 거래하는 국가 중 하나다. 인도는 전쟁 대신 ‘위기’ 등의 단어를 쓰자고 언급했는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부른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세계 경제 전망, 개발도상국 채무 부담 완화, 국제금융체제 등도 논의됐으나 전쟁 이슈로 다른 논의가 힘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회원국들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상승’을 포함한 경기침체 압력이 크다는 데 모두 동의하면서도 개도국 부채 만기 연장 논의 등에서는 큰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