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유로 시작했던 연설을 경청해줄 때 감사하다”
“경험에 빗댄 공약 계속해서 말할 것”
“당내에 문자 주는 분들이 생겼다” 응원의 문자·전화 늘어나
“딱 한 번 포기하고 싶었던 적 있었다...최고위원 출마 결정 전”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의 최고위원 후보 허은아 의원(비례대표)은 17일 있었던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출마한 이후부터 계속 얘기하고 있는 게 당내 민주주의다. 우리가 정말 많이 변해서 보수 유권자들이 자랑스러워하고 내가 떳떳하게 보수를 지지한다고 말할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 시절 수석 대변인을 지냈던 허 의원이 ‘개혁보수’의 아이콘이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당내에 많지 않았다. 아직도 정치권에서는 “의외의 인물”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허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를 내쫓을 때 이해가 안 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내 민주주의’라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당의 모습을 꿈꾸고 있다.
허 의원은 인터뷰 중 눈물을 머금다가도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는 “당내 민주주의를 위해서 출마하고 싸우고 있다”며 “당의 미래 걱정을 안 하고 오로지 자기 권력과 특권 의식에만 관심 있는 분들이 라이벌”이라고 밝혔다. 개혁의 바람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과 그 호소인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날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허 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Q : 최근 광주에서 합동연설회가 있었다. ‘보수 불모지’라 불리는 광주의 민심을 들어본 소감은.
A : 21대 국회의원 되고 나서 3년 동안 3개월에 한 번씩 호남에 갔다. 김종인 위원장 때부터 이준석 전 대표 때까지 자주 갔다. 처음 광주에 갔을 때와 최근에 갔을 때의 느낌은 많이 달랐던 것 같다. 솔직하게 말하면 처음 갔을 때는 무서운 것도 많았다. (연설회장) 앞에서 데모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수당에 대한 적대감이 확실히 있구나’라는 게 느껴졌다. 그런 모습을 보는 당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이 힘들어하는 게 느껴졌고. 그런데 어제는 가족 같았다. ‘걱정하지 마라’며 위로해주는 분들도 있었다. 고마웠다.
Q : 지금까지 합동연설회에서 경험에 빗댄 공약들이 눈에 띄었다. 제주에서는 4·3 사건 희생자 유해 발굴, 부산에서는 남북내륙선 KTX, 광주에서는 지하철 건립 등을 말했는데, 평소에 생각해왔던 것인가.
A : 그렇다. 내가 직접 경험해서 내가 동하지 않으면 그 글은 그냥 글일 뿐이다. 진정성을 담아서 얘기하고 싶은 게 있었다. 호남 발전을 얘기하면서 지하철 얘기를 했는데, 작은 부분 하나하나를 챙겨주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 지하철 2호선을 타면서 즐거움을 느꼈고, ‘미래가 이렇게 바뀌어 가는구나’를 커가면서 봤다. 광주에서는 지하철이라도 제대로 활성화시켜야겠다는 마음으로 얘기했다. 많은 정치인들이 호남의 발전을 얘기했지만, ‘호남의 발전이 정말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적으로 큰 기업도 기아 자동차 하나 정도 있다.
앞으로 계속 제 경험이 있는 부분을 건드리고 싶은 생각이 있다. 그분들(지역 주민들)도 와닿을 것 같다. 연설하면서도 느끼는 게 있다면, 처음에는 야유한다. 2분 정도 지나고 나면 들으시더라. 마지막 (연설이) 끝날 때는 야유가 없다.
Q : 살짝 눈물을 글썽이는 것 같다.
A : 꾹꾹 참으면서 얘기했는데... 참 감사한 일이다. 누구의 지시 때문에 아유 할 수도 있고, 진심으로 싫어서 야유할 수도 있지만, 그 야유하던 분들이 어느 순간 야유를 멈추고 들어주는 것. 야유로 연설의 끝을 맺지 않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 ‘우리 천아용인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 감사하다.
Q : 눈에 띄었던 것이 부울경 공약 중 김경수 지사의 공약인 남부내륙선 공약이다. 여야를 넘나드는 공약 같은데,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
A : 그 부분은 지속적으로 얘기가 나오던 것인데, 더불어민주당이 얄미운 것이 늘 좋은 공약을 뺏어간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이것이 단선으로 돼 있기 때문에 KTX 역할을 못 한다. 가는 것이 멈춰 서고 보내주고 해야 한다. 복선으로 오고 가는 것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안 그러면 자꾸 정차해야 하니까. 경부 고속도로 자체가 박정희 대통령의 유산으로 남아 있는 것과 비슷하게 우리가 복선으로 해서 보수의 유산으로 남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 16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12.5%의 지지율로 3위를 기록했다. 당선권으로 들어왔는데, 어떤 부분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하나.
A : 저는 우리 당의 미래를 위해서 소신정치 한다고 계속 얘기하는데,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아셨다고 생각한다. 저는 당내 민주주의 지키기 위해서 출마했다. 지금까지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허은아가 걸어온 3년의 모습들을 한 번이라도 보셨다면 ‘저 사람은 말한 건 지키겠구나’, ‘소신을 꺾지 않겠구나’라는 것을 믿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요즘은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점점 더 달라질 것이다. 지금 흐름이 바뀐 것은 되돌릴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것은 더 큰 바람으로 불게 될 것이다. 제가 나름 민심에서 1위를 했다. 우리 당원들은 전략적이다. 그냥 보고 있지 않는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나 장핵관(장제원 의원 핵심 관계자) 등에게 보내는 엄중한 경고다. 경고의 울림은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Q : 이번 최고위원 선거에 가장 ‘라이벌’이라고 생각되는 후보는 누구인가.
A : 윤핵관, 그리고 윤핵관 호소인 세력들이다. 당내 민주주의를 위해서 출마하고 싸우고 있는 것이지, 어떤 후보와 싸우려고 출마한 것이 아니다. 당의 미래 걱정을 안 하고 오로지 자기 권력과 특권 의식에만 관심 있는 분들이 라이벌이라고 생각한다.
Q : ‘당정일체론’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계신다. 하지만 당이 윤석열 정부를 도와야 한다는 의견을 넘어 ‘명예당대표’라는 말까지 나왔다. ‘당정일체론’을 두고 양비론적인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데, 대통령과 당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A : 공조와 협업을 하는 것이다. 대통령과 당은 국정 운영 공동 책임자다. 당정일체론은 윤핵관의 권력 확대나 보존을 위해서 만들어낸 말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러면 전당대회를 할 필요 없다. 당 대표도, 최고위원도 본인들이 임명하면 된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면서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국민의 시각에서는 맹목적 추종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당정 간의 공조와는 엄연히 다르다.
Q : ‘천아용인’은 친이준석계로 당내 ‘비윤’으로 분류된다. 차기 최고위원에 당선되면, 윤석열 정부와 잡음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A : 우리에게 무조건 따르라 하면 목소리를 내겠다. 그렇지만 윤핵관들과 호소인에게 방탄해달라 하면,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대통령을 위하는 길이 아니다. 그저 어떤 프레임을 만들어서 시끄럽게 할 거라고 얘기하고 음해하는 후보들을 열심히 지켜보셔라. ‘비윤’으로 만들어서 잡음이 생기고 싸운다는 게 말이 되나. 아무 이유 없이 왜 정부를 흔들겠나. 비난과 비판은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Q : ‘비윤’이 윤핵관들이 만들어낸 언어다?
A : 저는 (제가) 친윤(친윤석열)인 줄 알았다. 다 친윤이지 친윤 아닌 사람 어딨나. 하지만 어느 순간 ‘친윤’이라 말하는 것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내가 대통령이 후보 시절 뛴 것 자체를 부끄럽게 만든 사람들이 윤핵관들이다. 반성하셔야 한다.
Q :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초선 의원 연판장을 돌릴 때 초선 의원들에게 연락을 받지 못했다 들었다. ‘이준석계’로 분류돼 당내 현역 의원들과 소통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최고위원이 되면, 당내 의원들과 소통도 중요할 텐데,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A :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그것은 프레임이다. 저는 ‘명불허전 보수다’부터 시작해서 당내에서 소통 아마 가장 잘하는 사람일 것이다. 저는 소통력을 다 발휘할 것이다. 뒤에서 손잡아주고 응원해주는 의원님들이 많다. 다만 같이 찍힐까 봐 말을 안 하는 것이다. 연판장을 돌릴 때, (서명하기) 원치 않은 분들도 분명히 계셨던 것 안다. 그 마음을 알기 때문에 얘기를 안 한 것일 뿐이다. 저는 항상 소통한다. 인사도 제일 잘하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Q : 당내 의원들로부터 응원의 전화나 문자가 오나.
A : 문자를 주는 분들이 생겼다. 기존에도 원래 있었지만, 그분들 말고 다른 의원님들이 문자 와서 ‘잘 될 거다’라고 말한다. ‘어, 이분이 연락을?’ 이럴 때도 있다. 전화도 주시고, 전략도 말해주신다. 우리 당의 의원님들은 바보가 아니다. 저는 그분들을 이해한다. 어떤 분은 고맙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빨리 커밍아웃했으면 좋겠다.
저는 갑, 을, 병, 정 중에 ‘정’의 위치에도 있었던 사람이다. 먼저 숙이고 들어가 얘기 잘할 수 있다. 권력 앞에서만 그렇게 안 할 뿐이다. 제가 만약 최고위원이 됐을 때 우리 당의 미래를 위해 누군가를 만나 얘기해 풀어가야 하는 것이 있다면 먼저 다가가서 고개 숙이고 부탁할 것이다.
Q : 이준석 전 대표 수석 대변인을 할 때만 해도 허은아 의원이 ‘당내 민주주의’를 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당내에 많았다. ‘개혁보수’가 되겠다는 계기가 있었을까.
A : 이준석 전 대표를 내쫓을 때다. 저는 늘 뒤에서 백업해주는 역할을 했던 사람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 당도 나를 부른 것이고, 나는 도와주려고 온 것이기 때문에 내가 드러내고 행동한 적이 없다. 그러다 운 좋게 인지도가 쌓이면서 수석 대변인이 됐다. 수석 대변인이 됐을 때도 내 첫 번째 목표는 대변인으로서 역할을 잘하면서 우리 대변인들을 챙기는 일이었다. 민주당에서는 시도해보지 않은 공개모집을 통해서 뽑힌 대변인들이었다. 잘 가르치고 살아남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기분 좋게 승리하면서 왔는데, 기득권이 되고 나니까 이상해졌다. 이준석 전 대표를 강제로 물러나게 하는 과정들이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 당헌·당규 바꾸고, 최고위원들이 사퇴하고, 사퇴한 사람이 다시 나오고... 어떤 사람들은 이준석 전 대표가 ‘싸가지 없다’고 말하는데 본인들이 한 행동은 싸가지가 있었는지를 되돌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10배 이상으로 비열하게 굴었다. 헌정 사상 최초의 30대 대표를 만들어 놓고 그 대표를 인정하지 않는 것도 참 어려웠는데, 그 대표를 쫓아내는 것은 이해가 안 갔다.
Q :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을까.
A : 최고위 출마 결정 전에. 최고위원 출마 전에 압박이 심하니까 진짜 포기할 것 같았다. 그전에도 압력이 있었다. 내 입을 막고 모든 걸 다 막으려고 하면 무슨 일까지 있을 수 있겠다는 상상도 하게 되고. 나는 어차피 이렇게 툭 하고 날아갈 만한 작은 존재니까. 나도 가족이 있는 사람인데, 두렵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나도 꺾일 뻔했다. 한순간 두려웠다. ‘하지 말까’싶다가도 ‘그럼 김용태 최고 혼자 뛰게 해?’라는 생각이 들더라. 막상 생각해보니까 나밖에 없었다. 내가 나의 두려움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그냥 나가서 깨지자 싶어서 질렀다. 그래서 출마 선언을 조금 늦게 했다.
제가 출마한 이후부터 계속 얘기하고 있는 게 당내 민주주의다. 우리 당은 훌륭한 자산이 많고 잘해왔던 상징들이 많다. 우리가 정말 많이 변해서 그런 것들을 계속 살려가면서 보수 유권자들이 자랑스러워하고 내가 떳떳하게 보수를 지지한다고 말할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