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사람 만큼은 받아야지" 위험한 투자 대명사

입력 2009-04-20 10:41 수정 2009-04-2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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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비교적 큰 규모의 단란주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서모씨(54)는 나이가 있는 만큼 역시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이 많다. "주식은 망하면 '종이 쪽'밖에 안되지만 부동산은 망해도 땅은 남는다"는 신념 하에 부동산 투자를 해왔던 서씨의 가장 큰 약점은 욕심이 과하다는 부분.

서씨는 3년전 부동산을 통해 뉴타운 개발이 추진되는 마포구 아현동의 재개발 지분 3개를 샀다. 각 10평 남짓한 이 지분은 다름 아닌 다가구 주택을 다세대로 쪼갠 지분이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상 쪼갠 지분은 전용면적 60㎡규모의 주택 밖에 얻지 못한다. 서씨는 자금력은 나름대로 있지만 이 소규모 지분 세개를 샀다. 작은 지분인 만큼 팔기도 편하고, 또 만약 아파트를 받는다면 노후가 슬슬 걱정이 되고 있는 서씨 입장에서는 월세를 받기에도 편한 20평대 아파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씨가 산 지분은 3층짜리로 총 6개 주택이 있던 다가구의 주인이 지분을 쪼갠 뒤 뉴타운이란 강점을 두고 하나씩 팔아먹은 현행 다세대 주택이다. 대지지분은 10평 남짓이며, 3년 전 각 2억원 씩을 주고 세개를 샀다.

서씨가 놀란 것은 전 주인의 '탁월한' 재테크 감각이다. 전 주인은 팔기 6년전인 2000년 이 다가구주택을 지어놓고, 세를 받아먹다가 당시 시세 4000만~5000만원에 불과했던 이 다가구를 다세대로 쪼개자마자 각 2억원씩에 매도한 것이다. 전 주인은 무려 1억5000만원에 차익을 본 셈.

서씨도 노리는 차익이 1억5000만원이다. 전 주인 1억5000만원에 6채를 팔았으니 9억원에 이르는 차익을 봤으니 3개를 산 서씨도 4억5000만원의 차익을 보겠다는 생각이다.

최근 한 부동산에서 이 주택을 3억원에 팔아주겠다는 전언이 왔다. 그간의 부동산 시장 약세를 생각하면 귀가 솔깃한 대목이다. 그런데 서씨는 간단히 'No'를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 주인이 얻었던 차익 1억5000만원의 2/3밖에 되지 않기 때문. 서씨는 "1억3000만원 정도면 팔겠지만 그 이하는 어렵다"는 의사를 중개업소에 전했다.

그런데 3월말~4월초의 반짝 경기가 지나자 3억원에 사겠다는 '작자'도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서씨는 아주 큰 걱정은 없다.

여차하면 그대로 갖고 갈 자금 여력도 충분히 있어 좀 더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개업자들은 서씨에게 1억5000만원의 차익이 남기에는 어려운 실정을 설명하고 있다.

생각보다 낮은 용적률과 낮은 층수, 그리고 심상치 않을 분담금까지. 하지만 서씨는 끄떡도 않는다. 이유는 단 하나. 앞사람이 1억5000만원을 남겼다는 '경험론' 때문이다.

과연 서씨는 이 물건들을 좋은 가격에 팔 수 있을까? 갖고 있는 집에 세개의 지분까지 합쳐 연간 300만원대의 종합부동산세를 내고 있지만 서씨의 '앞사람 만큼 남긴다'라는 생각이 고쳐지지 않으면 투자수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개업자들의 예측이다.

부동산 투자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목표 수익을 예상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는 앞 사람이 남긴 수익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다. 즉 "앞사람이 1억을 먹었으니 나도 1억. 못해도 9천은 받아야지"라는 것이 목표수익이 된다.

그런데 단지 앞사람이 받았다는 이유 만으로 설정된 목표수익은 예상 외로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아무런 과학적 근거를 들이대도 비과학적으로 설정된 목표수익을 뒤집기는 어렵다.

부동산 투자수익은 한정돼 있다. 그리고 이 것은 '한계효용 체감법칙'처럼, 손 바뀜을 할 수록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투끝까지 올랐다고 판단될 때 파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일일 것이다. 하지만 투자시장도 그리 녹록치는 않다. 매도자 자신이 생각한 '상투'와 매수수요가 생각하는 '상투'가 같다면 그 매물은 팔리지 않는다.

즉 자신은 가능한 모든 프리미엄을 뽑아먹겠다는 생각에 매물을 내놓는다면 그 매물을 사는 매수자는 말그대로 '봉'이 될 수 밖에 없다.

어느 바보가 프리미엄이라곤 한 방울도 없는 매물을 살까? 나에게서 매물을 사는 수요자도 얻을 수 있는 프리미엄이 있지 않은 한 매물은 팔리지 않는다. 내가 앞사람보다 수익을 많이 남기지 못하는 것만 억울해하지 말고, 나의 매물에 프리미엄 메리트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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