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가 세계 시장에서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 K푸드의 맏형 국내 라면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달성하며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한동안 주춤했던 일반 소주 수출도 반등에 성공하며 글로벌 인기를 높이고 있다.
24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3.5% 증가한 7억6543만 달러(약 9453억 원)를 기록했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1억8892만 달러로 가장 많고 이어 미국(7616만 달러), 일본(6063만 달러), 필리핀(3134만 달러), 대만(3045만 달러), 말레이시아(2952만 달러) 등의 순이다. 농심 등 일부 라면업체들이 해외에서 공장을 운영해 현지서 직접 라면을 생산한다는 점을 볼 때 한국 라면의 세계 판매액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라면 수출액은 2015년부터 8년 연속 증가세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동안 수출액이 크게 늘었다. 라면 수출액은 지난 2019년 4억6699만 달러(약 5767억 원)를 기록한데 이어 2020년 6억357만 달러(약 7454억 원), 2021년 6억7440만 달러(약 8328억 원)로 증가세다. 이에 따라 2019년 이후 2022년까지 총 2억9843만 달러(약 3685억 원)으로 63%가 치솟았다.
국내 라면 업체들도 해외 공략을 위해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쿠카몽가시에 제2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제2공장은 연간 3억5000만 개의 라면 생산이 가능하며, 1공장과 합하면 미국에서만 연간 총 8억5000만 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불닭 시리즈의 인기로 수출 비중이 60%는 넘어선 삼양식품도 해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준공된 밀양공장에 2400억 원을 투자했다. 생산량은 연간 6억 개며 수출 제품을 전담 생산한다.
지난 3년 연속 감소하던 일반 소주 수출액이 지난해 반등에 성공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 소주 수출액은 9332만7000달러(약 1154억 원)로 전년보다 13.2% 증가했다. 2018년 9757만 달러(약 1206억 원)를 찍었던 일반 소주 수출액은 지속해서 감소해 2021년에는 8242만3000달러(약 1019억 원)까지 떨어진 바 있다. 소주 수출량도 늘어 지난해 6만7104t(톤)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5만9529t보다 12.7%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부침이 있는 소주와 달리 과일소주가 포함된 ‘기타 리큐어(혼합주)’ 수출액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타 리큐어 수출액은 8896만5000달러(약 1100억 원)로 전년보다 9.9%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수출량 역시 5만4000t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개별 기업의 소주 수출액도 호조세다. 하이트진로 미국법인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0% 성장했다. 미국법인 실적 대부분은 소주가 차지한다. 중국법인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30%, 일본법인의 지난해 상반기 소주 매출은 2019년 대비 약 37% 늘었다.
라면과 소주 등 K푸드의 글로벌 인기가 높아지는 것은 한류 확산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기생충’에는 농심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등장해 해외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동남아에서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높다. 글로벌 흥행을 거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비롯해 K팝 뮤직비디오에도 소주 등을 마시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지난해 내놓은 ‘2022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조사’를 통해 “한국 라면은 K컬처 인기와 함께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며 “한국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라면 먹는 장면으로 한국 라면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유튜브를 통해 한국의 매운맛 라면이 유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