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에너지 정책의 회한

입력 2023-01-16 05:00 수정 2023-01-16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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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산업통상자원부의 공직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토사구팽(兎死狗烹), 감탄고토(甘呑苦吐)란 고사성어를 실감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토사구팽은 토끼가 죽으면 토끼를 잡던 사냥개도 필요 없게 되어 주인에게 삶아 먹힌다는 뜻으로 필요할 때는 쓰고 필요 없을 때는 야박하게 버리는 경우를 말하며, 감탄고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뜻으로 자신의 비위에 따라서 사리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을 이르는 말이다.

지난주 산업부는 에너지가 주요 이슈였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보고했고 다음 날인 12일 이 전기본을 확정 발표했다.

10차 전기본은 주요 내용은 2022년 대비 2036년 발전원별 변화다. △원전 24.7GW →31.7 GW △ 석탄 38.1GW → 27.1GW △LNG 41.3GW → 64.6GW △신재생 29.2GW → 108.3GW로 변화한다. 석탄만 설비용량이 감소하고 다른 에너지원은 모두 증가한다.

이렇게 발전설비를 늘리는 이유는 2020년 세운 제9차 전기본은 2034년 최대전력수요(목표)를 102.5GW로 전망했는데 이번 10차에선 2036년 최대전력수요를 118.0GW로 예상했다. 전자기기 사용 증가 등 전기화 수요가 늘어나는 동시 AI 등 데이터센터 영향으로 전력 사용량이 증가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기사용량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인류는 전기를 만드는 발전원에 대한 고민을 해야만 한다. 그 고민의 결과가 탄소중립이다. 발생하는 탄소를 최소화하고 그 탄소를 나무 등이 흡수하는, 그런 에너지 정책을 택했다.

즉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탄소를 발생하는 발전원인 석탄발전을 줄이고 대신 원전과 신재생, LNG를 늘리고자 하는 의지가 10차 전기본에도 투영됐다.

헌데 이번 전기본을 두고 여당과 야당에서 말이 많다. 여당은 탄소를 줄이기 위해 원전을 늘리고 여기에 신재생도 늘렸다는 취지며, 여당은 원전을 사용하고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등을 고려해 원전을 줄이고 신재생은 늘려야 한단 뜻으로 읽힌다.

원전은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에너지원인 반면 방사능이 나오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쉬운 숙제가 아니다. 신재생에너지는 자연의 태양광, 풍력 등을 사용하는 경제성이 있지만 해가 안 뜨거나 바람이 안 불면 사용하기 어려워 효율이 떨어진다. 어쨌든 선택을 해서 정책을 추진해야 하며 그 정책 추진은 산업부 공무원들이 한다. 어느 당이 집권을 하던 그 정책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공무원의 역할이기도 하다. 자신은 최선을 다했는데 그 최선이 정권이 바뀌면 최악이 되고 심판대에 올라 단죄받는다.

지난주 시작이었던 월요일인 9일 산업부 공무원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났다. 점심 식사를 하고 들어오는 엘리베이터에서 한 과장을 만났다. 그는 판결 소식을 이야기하면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말을 담당하게 대하면서도 마음 속으로 그와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주 산업부는 에너지로 바쁜 한주였다. 한주의 사작과 한주의 끝자락이 말이다. 토사구팽, 감탄고토. 산업부 공무원들이 요즘 이런 생각을 많이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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