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 등 과세, 회원국 만장일치 필요
EU, 긴급 입법 도구 122조 발동해 승인
엑손모빌 “권력 남용, 투자 위축될 것”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엑손모빌 독일·네덜란드 법인은 룩셈부르크 소재 유럽사법재판소 일반법원에 “EU의 횡재세 도입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횡재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은 가운데 힘들이지 않고 많은 이익을 낸 에너지 기업을 상대로 EU가 적용하기로 한 과세 정책이다.
EU는 에너지 비용 부담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재분배한다는 목적으로 기업들에 초과이익의 3분의 1 이상을 반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250억 유로(약 34조 원) 상당의 재원을 마련해 물가안정 정책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과세는 EU 회원국 개별 권한으로, 과세를 결정할 땐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하다. 이를 의식한 EU는 횡재세 도입 승인에 EU 규정 122조를 사용했다. 122조는 입법부인 유럽의회 개입 없이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 입법 도구로, 엑손모빌은 122조 발동이 권력 남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케이시 노턴 엑손모빌 대변인은 “역사적으로 과세는 회원국들의 국가적 권리로 지켜진 만큼 횡재세 부과는 유럽의회의 법적 권한에 도전하는 것”이라며 “EU가 승인 가속을 위해 122조를 사용한 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또 “엑손모빌은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가계와 기업을 짓누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횡재세는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는 투자자 신뢰를 떨어뜨리고 투자를 위축시켜 수입산 에너지와 석유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불만과 달리 횡재세 부과는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영국 정부도 내달부터 2028년 3월까지 석유·가스 기업의 이익에 대한 추가 과세 세율을 종전 25%에서 35%로 올리기로 했다. 독일과 스페인은 이미 전력회사 초과 이익에 과세 중이다.
미국에서도 관련 움직임이 감지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0월 석유 기업들에 “소비자를 위해 가격을 낮추려 하지 않는다면 초과 이윤에 높은 세금을 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소속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횡재세 도입을 검토할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