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 업계, 민간서만 50억 달러 조달
사상 첫 ‘순에너지’ 생성에 기대 하늘을 찔러
“전 세계 투자환경 변화시킨 ‘세기의 사건’”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핵융합 스타트업 TAE테크놀로지스는 이번 주 새로운 투자자 문의가 빗발쳤다고 밝혔다. 지난 수년에 걸쳐 약 12억 달러(약 1조5618억 원) 자금을 조달한 TAE테크놀로지스는 이제 핵융합 발전에 대한 관심이 대폭 커지면서 더 많은 자금을 모금할 것으로 기대한다. 마이클 빈더바우어 최고경영자(CEO)는 “누군가에게 연락만 하면 곧바로 회의가 열리고 있다”고 뜨거운 열기를 소개했다.
투자자 문의가 급증한 건 전날 미 에너지부가 발표한 핵융합 점화 성공 소식 때문이다. 에너지부는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LLNL) 과학자들이 핵융합 실험에서 투입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성했다고 밝혔다. 투입량보다 생성량이 많은 ‘순에너지’를 생성한 것은 사상 처음으로, 핵융합 발전 상용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핵융합은 탈탄소 환경에서 차세대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핵융합산업협회에 따르면 관련 회사들은 민간에서만 50억 달러 넘는 돈을 조달했다. 지난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도 핵융합 에너지 스타트업인 커먼웰스퓨전시스템에 투자하며 가치를 인정했다.
물론 이 기술이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다. 업계에선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 시기를 2040년대로 추정하고 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상용화 목표 시점을 2030년으로 설정했다. 모건스탠리는 2030년까지 상용화가 가능해도 2040년까진 광범위한 활용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가능성만큼은 높이 평가된다. 킴 버딜 LLNL 소장 역시 “핵융합을 상용화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면서도 “이번 성과는 핵융합이 발전소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필요한 첫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셰브런 등 대기업들도 투자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들 기업은 이미 올해 2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TAE의 자금조달 라운드에 참여했다. 활발한 투자를 바탕으로 TAE는 2030년대 초반까지 핵융합 에너지를 상용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도 마블과 지멘스에너지, 탈레스 등이 핵융합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등 기업들의 움직임은 활발해지고 있다.
핵융합 스타트업 포커스드에너지의 아니카 스타인 공동 설립자는 “이번 연구 성과는 핵융합 발전에 대한 논쟁을 아예 뒤바꾼 세기의 사건”이라며 “이는 전 세계 투자 환경을 변화시켰다”고 강조했다. 이어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는지는 더는 문제가 아니다”며 “이제 관심은 어떻게 핵융합 기술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발전소를 운영할 수 있는지로 옮겨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