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맹활약 중인 이강인(21·스페인 마요르카)의 모습에 축구 팬들이 고(故) 유상철을 떠올렸다.
2007년 방영된 KBS 예능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서 코치로 활약한 가수 이정은 한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된 지난 3일 인스타그램에 “강인아, 코치님(이정)이랑 감독님(유상철)은 너 아기 때 (추후) 월드컵 나오면 일낼 거라고 단둘이 얘기했었어”라며 “상철이 형 보고 계시죠?”라고 적었다. 이 글에 이강인은 조용히 ‘좋아요’를 눌렀다.
앞서 이강인은 2007년 유상철 전 감독과 ‘날아라 슛돌이’에서 제자와 스승으로 만났다. 당시 한국 나이 7살(만 6세), 뛰어난 재능과 실력을 보여준 이강인은 그를 알아본 유상철 전 감독의 추천으로 2011년 스페인 발렌시아가 유소년팀으로 유학을 떠났다.
유상철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선수 은퇴 후 지도자로서 후배들을 양성했다. 그러나 그는 2019년 10월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췌장암 4기의 평균 수명은 4~8개월로, 5년 생존율은 약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유상철은 2020년 12월에는 환우와 축구 팬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겠다며 췌장암 투병기를 담은 유튜브 콘텐츠 ‘유비컨티뉴’를 공개하는 등 씩씩한 행보를 보였다.
‘유비컨티뉴’ 3, 4회에는 유상철과 이강인의 만남이 그려지기도 했다. ‘건강한 일주일이 주어진다면’이라는 질문을 받은 유 전 감독은 잠시 고민하다가 “강인이가 하는 경기를 직접 현장에서 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다”며 “경기장 분위기라든지, 강인이가 훈련 등 어떻게 지내는지도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보고 싶다”고 답해 먹먹함을 자아냈다.
이강인은 “그게 스페인이 될지, 다른 데가 될지 모르겠지만, 대표팀 개인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리그의 클럽에 있을 수도 있고. 건강해지시면 꼭 한 번 오셨으면 좋겠다. 그러면 진짜 좋을 것 같다”며 “다시 제 감독님 해주셔야죠”라고 말했다.
유 전 감독도 “선생님이 치료 잘해서 한번 게임 보러 놀러 가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유 전 감독은 지난해 6월 췌장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났고, 이강인과의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이강인은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게 베푸셨던 드높은 은혜에 보답해드리기도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나셔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제가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게 감독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계신 곳에서 꼭 지켜봐 주시라”고 했다.
그로부터 1년 뒤, 이강인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H조 조별리그 1차전(우루과이전), 2차전(가나전)에서 후반전에 교체 투입된 이강인은 짧은 시간에도 강력한 존재감을 자랑하며 득점에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 3차전(포르투갈전)에서는 0-1로 뒤진 상황에서 코너킥을 찼고, 이 공은 호날두 등에 맞고 골문 앞에 떨어졌다. 골문 앞에 있던 김영권이 이를 왼발 슈팅으로 연결하며 짜릿한 동점 골을 기록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6일 오전 4시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브라질과 8강 진출을 놓고 16강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