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중국 경제…코로나19 확진자 역대 최다·‘아이폰시티’는 혼란의 도가니

입력 2022-11-2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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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신규 확진자 2만9000명 돌파하며 역대 최고
베이징, 상하이, 충칭 등 주요 도시 다시 봉쇄
아이폰 공장 있는 정저우는 폭스콘 공장 폭동 발생
인민은행, 이르면 25일 지준율 인하할 듯
경제 부양 나섰으나 핵심은 ‘제로 코로나’

▲중국 정저우 폭스콘 공장에서 23일 당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통제 조치에 반발한 근로자들이 시위를 벌이면서 흰색 방호복을 입은 경비들과 대치하고 있다. 정저우(중국)/AP연합뉴스
▲중국 정저우 폭스콘 공장에서 23일 당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통제 조치에 반발한 근로자들이 시위를 벌이면서 흰색 방호복을 입은 경비들과 대치하고 있다. 정저우(중국)/AP연합뉴스

중국 경제가 기로에 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역대 최다를 경신하고, 주요 도시에 다시 봉쇄 조치가 내려지면서 겨우 숨통을 트나 했던 경제 활동이 멈춰 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기지가 있는 ‘아이폰시티’ 정저우는 오랜 봉쇄에 지친 노동자들이 시위에 나서면서 폭동까지 일어나 혼란에 빠졌다고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중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만9754명으로 상하이가 봉쇄됐던 지난 4월 13일 기록한 2만8973명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베이징에서 상하이, 충칭, 광저우에 이르는 주요 도시는 방역 조치로 일시 멈춤 상태에 들어갔다. 완전 봉쇄는 아니지만, 상점과 사무실, 쇼핑몰 등이 대부분 문을 닫았다.

정저우에서는 봉쇄를 견디다 못한 노동자들의 폭동이 이어졌다. 정저우는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기지인 폭스콘 공장이 있어 아이폰시티로 불린다. 폭스콘 공장 근로자들은 이날 이른 시간부터 기숙사를 이탈해 시위에 나섰다. 한 영상에는 시위자들이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발길질하거나 경찰차를 둘러싸고 차를 흔들며 소리치는 모습이 담겼다. 폭동 진압을 위해 경찰이 출동했고, 노동자들도 부상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저우시 당국은 코로나19 통제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고 있음에도 지역 봉쇄를 발표했다. 시 당국은 이날 늦게 성명을 내고 “25일부터 29일까지 주요 지역의 이동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제한 대상에 폭스콘 공장이 있는 지역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노동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긴 어렵다. 현지 공장은 이미 지난달부터 외부와 접촉을 차단한 채 생산라인을 가동하는 ‘폐쇄 루프’ 방식으로 운영됐다. 공장 노동자들의 반발이 고조된 것도 20만 명이 넘는 인력 대다수가 폐쇄 루프로 인해 고립된 채 부실한 음식과 부족한 약으로 버티며 열악한 생활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임금 체납 가능성이 커지고, 이곳에 갇혀 오히려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도 커졌다. 폭스콘 대변인은 이날 “최근 노동자들이 통상 임금 이외 보조금이 적다고 불만을 제기하면서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면서도 “모든 보상은 계약상 의무에 따라서만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은 이런 분노와 불안이 다른 도시로 확산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당국 규제에 반발한 시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5일엔 남부 제조업 중심지인 광둥성 광저우에서 노동자들의 폭력시위가 벌어졌고, 앞서 5월엔 상하이의 콴타 컴퓨터 생산 공장에서 수백 명의 노동자가 시위에 나섰다.

다급해진 중국 정부는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를 포함한 경제 부양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 국무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충분한 시장 유동성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통화정책을 시의적절하게 활용할 것”이라며 “민간 기업 대출을 크게 늘려 달라”고 주문했다. 방역을 둘러싼 혼란과 경제 위기가 휘몰아치자 행동에 나선 것이다.

▲중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추이. 단위 명. 23일 2만9754명. 출처 닛케이아시아
▲중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추이. 단위 명. 23일 2만9754명. 출처 닛케이아시아
일반적으로 국무원의 이런 발표가 나오면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며칠 내로 지준율을 인하한다. 이에 이르면 25일 지준율이 인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지준율은 시중은행이 의무적으로 중앙은행에 예탁해야 하는 현금 비율이다. 지준율을 낮추면 시중은행이 대출해줄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인민은행은 상하이가 봉쇄됐던 지난 4월 마지막으로 지준율을 낮췄다.

인민은행은 앞서 21일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는 동결했는데, 시장은 내달 LPR 인하 여부에도 주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달 초에도 부동산시장 구제 조치를 발표하고, 코로나19 규제를 완화했다.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부동산업계의 기록적인 디폴트(채무불이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16개 구제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런 부양책이 경제 회복으로 이어질지 불투명하다. 션밍 샹송앤코 이사는 “극심한 비관론이 핵심 정책 변화로 이어지긴 했으나 경제에 전환점이 된다고는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국 지도부의 결단 없이 전환점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경제 전문가인 배리 노튼 샌디에이고대 교수는 “중국 지도부가 지방정부가 제어하기 힘든 상황을 만든 장본인들”이라며 “코로나19 근절과 완전한 경제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을 해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시 봉쇄는 소비를 위축시키고, 기업 혼란을 초래한다. 노무라홀딩스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9%에서 2.8%로, 내년은 4.3%에서 4.0%로 각각 낮췄다.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국의 경제 재개방이 너무 느리게 진행될 뿐 아니라 일관되지 못하면서 오히려 비용만 증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제의 진정한 장애물은 불충분한 대출보다는 지방정부가 코로나19 규제를 과도하게 시행하는 데 있다”며 “지준율 인하가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는 있으나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혼란이 지속되는 한 통화정책이 경제를 견인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제로 코로나’를 가능한 한 빨리 끝내는 것이 수요를 높이고, 성장을 강화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중국 지도자들은 코로나19 확산을 일정 부분 용인해 경제를 살릴지, 경제를 희생시키더라도 엄격한 방역으로 되돌아가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어려운 순간을 맞게 됐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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