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 출연한 40대 한국 남편이 20대 우즈베키스탄 아내에게 한 말이다. 남편은 장난이라고 해명했지만, 아내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이들 부부에게 결혼은 그저 ‘현실’을 회피할 차선책이었다. 불평등한 출발선에서 시작한 부부 생활은 폭행과 폭언으로 얼룩졌고, 결국 이혼의 문턱에 섰다.
신혼부부 10쌍 중 1쌍은 외국인 배우자를 맞는 시대다.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접어들고 있지만, 국제결혼중개는 여전히 ‘매매혼’의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여성가족부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중개업소를 통해 국제결혼한 부부의 실태를 조사했더니 한국인 배우자의 △연령은 40대(61.3%) △소득은 월 300만 원 이상(46.4%) △학력은 대졸 이상(43.8%)이 많았다.
외국인 배우자는 주로 고졸 이상(77.5%)의 2030(79.5%) 이었다. 출신국은 베트남(83.5%)이 압도적으로 많고, 캄보디아(6.8%), 우즈베키스탄(2.7%), 중국(2.3%) 순이었다.
만남부터 결혼까지 걸리는 기간은 5.7일이었다. 직전 조사인 2017년 때보다 1.3일 늘었지만 속성 결혼은 여전했다.
한국인 배우자는 결혼중개 업체에 중개 수수료로 평균 1371만8000원을 냈다. 출신국별로 차이가 있는데, 우즈베키스탄이 2365만 원으로 가장 비싸고 △캄보디아 1344만 원 △베트남 1320만 원 △중국 1174만 원이 뒤를 이었다.
이런 세태를 모두 안고 있는 ‘결혼 지옥’ 부부에게 오은영 박사는 “특성이 연애 기간이 거의 없고, 이 사람이기보다 차선책이 국제결혼이다. 사회적인 문제가 많이 되기도 한다. ‘비싼 돈 들여서 결혼했는데, 왜 내 마음대로 못 해요?’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결혼이 늘기 시작한 건 1990년대부터다. 농어촌에서 결혼을 못하는 남성이 늘자,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노총각 혼인사업지원 조례’까지 만들며 국제결혼을 장려했다.
1980년대 일본이 필리핀 여성들을 데려와 농가 후계자들의 혼인 문제를 해결한 행정사례를 그대로 본뜬 것이다.
중개 업체들은 이윤을 위해 외국인 여성의 얼굴과 키, 몸무게 등을 나열하며 여성의 외모에 등급을 매겼다. ‘한국 여성보다 예쁘고 20살 처녀’, ‘피부가 곱고 계란형 미인’, ‘키 165에 50킬로 늘씬하고 좋아요’ 등 당시 국제결혼 중개 업체의 광고를 보면 인권침해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결혼중개업’ 개정안을 마련했다. 여성의 얼굴과 키, 몸무게 등 신상정보를 드러내는 광고 행위가 금지된 것이다.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수수료만 챙기면 그만’ 식의 국제결혼 중개 업체 문제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3번 이상 적발돼 등록이 취소되더라도, 3년이 지나면 다시 영업을 할 수 있고, 일명 ‘바지사장’ 운영도 막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용자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정숙 평택대 교수는 “부부 사이에는 평등 관계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한국인 배우자들의 역할이 매우 크다”며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상대방을 배려해야 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