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원석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5900원 반반족발세트’ 사건 항소를 취하했다.
26일 이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사건 공판을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판1부(김현아 부장검사)는 사건 항소를 취하했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 총장은 최근 “사건을 다시 검토하라”고 일선에 지시한 바 있다.
‘5900원 반반족발세트’는 편의점 5900원짜리 족발 도시락의 폐기 시간을 착각하고 폐기 처리 후 먹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점원이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다. 알바생은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알바생은 6월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검찰은 판결에 불복하며 항소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며 검찰을 향해 ‘가혹하다’는 비난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국회에서도 거론된 바 있다. 지난 5일 이 총장의 인사청문회에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의 항소는 잘못됐다’는 취지로 지적했고, 이 총장은 “기계적 항소가 피고인을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며 “그런 사건들까지 작은 사건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다시 확인해보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항소를 취하하면 사건 피고인인 알바생은 무죄가 확정된다.
검찰이 항소를 취하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중이던 사건에 또 다른 진범이 밝혀지는 등 특별한 경우 외에는 항소 취하는 없다고 한다. 검찰의 기소 판단을 뒤집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번 판단은 큰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거나 구형량에 못미칠 경우 검찰이 기계적으로 항소를 하는 관행이 있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이 무죄사건에 대한 항소를 자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이 사건의 항소 취하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도 고민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건에 명백한 피해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부장검사는 “알바생도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사건의 고소인인 편의점주 역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며 “사건의 경중을 따져보면 그리 심각한 사건은 아니지만 고소인의 권리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이 항소를 취하하게 되면 사건 고소인은 이에 대해 재정신청 등 이의신청을 할 수도 있지만 이는 단순 절차일 뿐, 강한 구속력을 가지지는 않는다.
1심 재판부는 횡령에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횡령에 고의가 있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그 세트가 멀쩡히 판매될 수 있는 물품이라는 것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먹었다는 점이 드러나야 한다”며 “그러나 고소장 등에 따르면 ‘반반족발세트는 밤 11시 30분이 지나야 폐기 대상이 되는데 피고인은 그 전인 오후 7시 40분경 이것을 먹었다’는 것인바, 이는 사실관계에 의한 진술 내지 증거이지 고의의 영역에 관한 진술 내지 증거는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