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가치, 올해 20% 추락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은행이 레이트 체크를 실시했다. 레이트 체크는 당국이 시장 참가자들에게 시세를 묻는 것으로, 분명한 시장 개입 신호로 해석된다고 로이터통신은 평가했다.
이날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44엔을 넘어 치솟았다. 엔 가치는 올 들어 20%가량 추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가파르게 금리를 인상한 반면 일본이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투자자들이 엔을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현상이 계속된 영향이다.
특히 이날 미국의 8월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강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엔화 가치 추락을 부채질했다. 전날 미국 노동부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8.3% 올랐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 8.0%를 웃돌았고 전월 대비 0.1% 상승했다. 시장은 0.1%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강력한 물가 지표를 받아든 연준이 이번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이 확실시되면서 달러·엔 환율 상승을 압박했다. 상황이 더 악화할 기미를 보이자 급기야 일본 당국이 시장 개입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스즈키 순이치 일본 재무상은 이날 오전 정부의 시장 개입이 여러 옵션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움직임이 매우 급격하고 일방적이어서 우려하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이 계속된다면 어떤 옵션도 배제하지 않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엔을 사들이는 옵션에 대한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을 두고 가장 강력한 시장 개입 신호라고 로이터통신은 평가했다. 일본의 시장 개입은 매우 드문 일이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로 자본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자 개입한 게 마지막이었다.
일각에서는 일본 당국의 레이트 체크가 구두 경고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노린추킨리서치의 다케시 미나미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FOMC가 일주일 남았다”며 “일본 당국이 지금 단계에서 시장 개입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일본 당국이 레이트 체크를 했다는 소식에 치솟았던 달러·엔 환율은 143엔대로 소폭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