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즐신행 ② - 일하러 가는 게 즐거운 병원

입력 2022-09-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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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비행기 타러 가기 싫다, 더 있고 싶다, 짜증 난다, 우울하다.’ 등등 골프 투어를 마치고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오르면 동료 원장들이 하는 말이다. 골프 투어 때마다 그런다. 골프도 좋고 진료하러 돌아가는 것도 좋다는 나를 특이한 인간이라 했다. 하긴 일하러 가는 걸 좋다고 하는 인간이 특이하긴 하지.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다. 비즈니스 마인드로 똘똘 뭉친 원장을 비토하며 직원들이 모두 그만두는 바람에 가족이 출동하고 옆에 있는 약국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진료를 했던 적도 있다. 환자가 많고 병원이 잘돼도 즐겁기는커녕 점점 더 힘이 들어 변화가 필요함을 절감하고 있던 차에, 인색한 인상이란 말도 듣고, 어떤 병원은 직원들을 위해 냉장고에 간식거리가 떨어지지 않게 한다는 걸 알고 나서, ‘즐겁게 일하고 신나게 놀고 행복하게 살자’는 의미로 즐신행이란 모토를 만들었다.

먼저 간호사들을 직원이 아니라 가족으로 대했다. 간호사들의 집안일까지 챙겼다. 지금은 간호사 시댁에서 우리 집에 맛있는 장을 보내주고 텃밭에서 기른 채소도 나눠줘 봄부터 가을까지는 사 먹지 않는다. 확실한 인센티브를 도입해 병원이 잘되면 원장뿐 아니라 직원들도 똑같이 좋게 만들었다.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이 임박해 환자가 와도 그냥 돌려보내지 않는다. 대신 간호사들이 번갈아 가며 1시간씩 일찍 퇴근한다. 업무를 하면서 직원들이 원장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일정 부분 주도하게 했다. 그러면 할 일이 늘어나긴 하지만 주인의식이 생기고, 거래처를 상대하면서 주도권 내지는 파워를 원장 대신 갖게 되니까.

이제는 병원을 꾸미거나 진료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직원들이 더 적극적이다. “원장님, 저희가 주변에 있는 간호사들 중에 일을 젤 많이 하고 돈도 젤 많이 벌어요.” 간호사들 말이다. 함께 여행도 하고, 캠핑도 가고, 영화나 공연을 보러 다닌다. 볼링을 치려고 신발도 깔맞춤했다. “거래처를 다니다 보면 일만 보고 바로 나오고 싶은 데가 많은데 원장님 병원은 이상하게 더 있고 싶어요.” 제약회사 직원들 말이다.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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