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대비 가치 하락 가장 커
경기침체 우려로 10년물 국채수익률 하락
치솟는 유가도 엔화 가치 방어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엔화 매도세가 끝났다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2020년 3월 이후 올 7월 중순까지 38% 급등했다. 올해 들어 엔화는 주요 10개국 가운데 달러 대비 가치 하락이 가장 컸다.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인상에 나선 가운데 일본은행만 ‘나홀로’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미일 금리격차가 확대된 영향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가 서서히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로드리고 캐트릴 NAB 외환전략가는 “엔 공매도 베팅은 끝났다”며 “달러·엔 환율이 정점을 지났다”고 말했다.
다이와증권도 엔 가치 하락세가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2023년 1분기까지 달러·엔 환율이 달러당 130엔까지 하락해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추산했다.
엔화가 추락을 멈추고 반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는 배경에는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국채수익률 하락, 유가 급락, 안전자산 지위 회복이 지적된다.
우선 연준의 금리인상 움직임에도 최근 미국 장기 국채수익률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0년물 미국 국채수익률은 6월 고점에서 60bp 하락해 5일 2.83%까지 내렸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론에 무게가 실리고 채권 매력도 떨어진 결과다.
다이와증권의 이시즈키 유키오 통화 전략가는 “미일 통화 정책 차이는 시장에 이미 반영이 된 상태로 더 이상 달러 매입, 엔 매도의 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엔화 매도세가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가 하락도 엔화 가치 추락을 방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석유 순수입국인 일본은 올해 초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았던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최근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수입 비용 부담을 덜게 됐다. 일본은 유가 상승 여파로 올 상반기 역대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대규모 무역적자는 엔저를 추가로 하락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마스시마 유키는 “일본 무역적자가 7월에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일본 수입 비용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가 안전통화로서의 지위를 회복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엔화는 최근 지정학적 갈등과 경기침체 우려 속에 상승세를 보였다. 1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다는 소식에 중국 보복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1.3% 올랐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맞물려 지난 3주간 4% 이상 오르기도 했다.
크레딧아그리콜 CIB의 데이비드 포레스터 외환전략가는 “엔화가 안전처로 재발견된 것 같다”며 “예상보다 약한 미국 경제 데이터가 연준의 금리인상 베팅을 억제하면서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를 흔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엔화 가치 상승 전망에 의구심을 품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사벨라 로젠버그 골드만삭스 전략가는 엔화가 장기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면서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임기 동안 저금리 기조를 고수함에 따라 엔화의 추가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즈호증권의 외환 수석 전략가인 야마모토 마사후미 역시 “지정학적 갈등 고조는 엔화 매도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