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화 가치, 올해 상반기 10% 하락
미국 2분기 경제 성장률 마이너스 전망
시장, 내년 6월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 52%로 점쳐
내년 기준금리 인하론이 가장 먼저 거론되는 곳으로 영국이 꼽히고 있다. 영국 통화 파운드화 환율이 심상치 않은 데다, 물가 상승률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국 달러 대비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6월 중순 1.2달러를 기록해 2020년 3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올해 상반기에만 10%, 유로 대비로는 2% 떨어졌다. 주요 5개국 통화 중 일본의 엔화 다음으로 부진한 것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지난해 12월 주요국 중에서도 가장 발 빠르게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금리를 인상하면 통화 가치는 오르는 경향이 있는데, 파운드화 가치는 오히려 하락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이 파운드 가치를 끌어내린 것이다. 영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9.1% 올라, 1982년 이후 약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란은행은 올해 CPI가 11%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가 상승은 국민의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지면서 경기침체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금융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6월 영국 소비자신뢰지수는 마이너스(-) 41을 기록했다. 해당 조사가 시작한 1974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후퇴)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영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예상보다 빨리 중단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에 금리 인하로 정책 기조가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HSBC는 영란은행이 올해 하반기 남은 4차례의 통화정책회의에서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나서 2.25%대에서 긴축 기조를 멈출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영국의 기준금리는 1.25%다. 미국 웰스파고는 지난달 말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영란은행이 11월 기준금리를 2%로 끌어올리고, 그 이후 2023년 말까지 총 0.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미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월가에서는 경기침체 가능성을 근거로 내년 미국 금리 인하론이 등장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은 지난 1일 ‘GDP 나우’ 예측 모델을 통해 올해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1%(전 분기 대비·연율)로 제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채권시장 트레이더들이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베팅을 확대했으며, 그 결과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이 반영하는 금리 전망치가 내년 중순 금리 인하를 가리키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은 7월에 연준이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고, 9월에 0.50%포인트 인상한 후, 11월과 12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후 트레이더들은 내년 6월 연준이 금리를 3.00~3.25%나 그 밑으로 내릴 가능성을 52%가량으로 보고 있다. 연준 위원들이 금리 인상을 2023년까지 지속한 후 2024년에 첫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 것보다 더 이른 시점이다.
마이클 요시카미 데스티네이션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는 더 나아가 이르면 올해 말 금리 인하 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인플레이션은 그야말로 폭주상태”라면서 “연준이 경기를 침체 수준으로 만들고 인플레이션을 깨고, 경기 부양을 위해 약간의 금리 인하를 한다면 그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오는 8일 발표되는 6월 고용보고서가 부진할 경우 연준이 긴축 속도를 낮출 추가 근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