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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 시절 네팔에 두 달간 파견을 간 적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20여 년 전의 일인데 그때 배운 간단한 네팔 말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어쩌다 진료실에서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를 만나면 네팔 말로 증상을 물어보곤 한다. “께 둑쳐?”(어디가 아파요?), “꺼띠딘 버요?”(얼마나 됐지요?) 등등. 처음엔 내가 네팔 말로 물어봐도 환자는 알아듣지 못한다. 한국 의사의 입에서 자신의 모국어가 나오리라고 상상을 못 했기 때문이다. 재차 네팔 말로 “떠빠이 께 둑쳐?”라고 천천히 물으면 그제야 눈이 똥그래져서 “떠빠이 네팔라 뽈라 싹챠우?”(당신 네팔말 할 수 있나요?)라고 외치듯 물으면서 그다음부터는 정말 내가 알아들을 수도, 따라잡을 수도 없는 속도로, 네팔 말로 자신의 증상을 속사포처럼 쏟아낸다. 흥분한 환자들 진정시키고 사실은 네팔 말을 아주 조금밖에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다시 통역을 거쳐 진료를 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신의 모국어로 속 시원하게 아프고 힘들다는 표현을 하던 환자의 눈망울과 상기된 얼굴은 잊히지 않는다.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