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법은 ‘만능 치트키’가 아니다

입력 2022-06-23 05:00 수정 2022-06-23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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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부 법조팀 이수진 기자
▲사회경제부 법조팀 이수진 기자
‘유연하고 엄정한 법 집행’. 이게 무슨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소리인가.

그런데 법은 그래야 한다. 세상만사가 법대로 되는 것은 아니기에, 정부는 법률을 유연하게 집행해야 한다.

이번 정부는 법을 참 좋아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모두 검찰 출신으로 법과 가까운 게 당연하다. 사회 갈등과 문제를 법조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법리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럽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는 경남 양산에서 보수단체 시위에 “법에 따라 되지 않겠느냐”, 자신의 서초동 자택 앞에서 벌어지는 ‘맞불’ 시위에 “법에 따른 국민의 권리”라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딸의 ‘스펙 논란’에 “입시에 사용하지 않았으니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

물론 현행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법적으로’ 문제될 것 없다. 하지만 대통령은, 장관은 법조인의 시각을 넘어서 국민을 어우르고 통합해야 한다. ‘과격한 집회는 자제해 달라’는 등의 정무적인 메시지를 내놓아야 했다.

법무부가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손보겠다고 한다. 이 정책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촉법소년은 만 10~14세 형사 미성년자를 뜻한다. 이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등 보호 처분을 받는다.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법으로 응징하자’는 다소 감정 섞인 목소리도 담겨 있다.

전문가들의 우려가 상당하다. 여러 선진국에서 촉법소년 기준을 낮췄음에도 큰 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전과자만 양성하는 부작용이 속출하는 등 큰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많은 전문가들은 촉법소년 범죄를 형벌로 다스릴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호와 복지로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여러 기관이 조력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공이 많이 들어간다. 신속하고 빠른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의 범죄가 단순히 개인의 문제에서 기인했다기보다 환경적인 요인과 주변인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처벌 강화보다 보호를 중심으로 살펴봐야 한다.

세상에는 법으로 풀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법이 ‘만능 치트키’도 아니다. 기계적이고 획일적인 법 집행으로 우리 사회를 아우를 수 없다. 대통령실과 행정조직을 장악한 검찰 출신들이 ‘법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세상을 유연하게 대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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