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물 터진 리픽싱…투자자 “나 떨고 있니?”

입력 2022-06-20 16:08 수정 2022-06-2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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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스닥 기업 '전환가액의조정' 공시 전년보다 85% 급증
오버행 주식 시장 하방 압력 작용할까 해당 기업 투자자 울상
하락장 속 CB 투자자도 좌불안석

미국 발 금리 인상에 따른 주식 시장 침체로 기업들의 CB(전환사채) 전환가액 조정(리픽싱)이 계속되며 투자자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리픽싱을 통해 유통가능한 주식 수가 시장에서 늘어날 수 있어 추가적인 주가 하락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에선 이달 48건의 '전환가액의조정' 공시가 이뤄졌다. 이달이 열흘 가까이 남은 상태지만 전년 동기(6월 한달, 26건)와 비교하면 관련 공시 수는 85%가량 늘었다.

연간 기준으로 봐도 공시 수 증가세는 확연하다. 이달까지 연간 기준으로 보면 해당 공시는 579건 이뤄져 전년(313건)보다 85%가량 급증했다. 공시에 대해 대다수의 기업은 "시가하락에 따른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리픽싱은 '가격재조정'이라는 뜻으로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채권의 '행사가격'을 주가에 연동해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CB와 BW는 발행계약 때 일정기간마다 전환(행사)가를 조정하는 조항인 리픽싱을 갖춰 주가 하락시 전환가가 함께 하향 조정된다. 즉 이는 전환가를 낮춰 채권 투자자 이익을 보호해주는 일종의 '투자유도' 장치다.

리픽싱이 활발한 이유는 주식 시장이 악화일로의 상황인 탓이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와 미국의 자이언트스텝(0.75%p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이날 코스닥 지수는 연중 최저점인 763.22까지 떨어졌다. 이날 코스닥 시총 상위 10개 기업 중 9개 기업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C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기업들이 리픽싱 조항에 따라 전환가를 하향 조정해 CB 투자자 이익을 보전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장치는 해당 기업의 일반 주식 투자자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전환가액이 낮아질 수록 CB 투자자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주식 수가 늘어난다.

이는 오버행(시장에 언제든 쏟아질 수 있는 잠재적 과잉 물량) 이슈가 생긴다는 뜻이고, 이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하락장 속에서 CB 투자자들 역시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리픽싱을 통해 전환가액이 낮아지면 이들이 전환할 수 있는 주식 수량이 늘어나지만, 향후 주가가 더 떨어져 전환가액에 못 미치면 그 의미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과거 펙사벡 임상 중단과 검찰 압수수색 등으로 주가가 폭락한 신라젠의 경우 리픽싱을 통해 CB 전환가액을 제한 한도까지 내렸으나, 주가가 이를 크게 하회한 바 있다.

현 리픽싱 제도에서 발생하는 투자자 피해를 줄일 뾰족한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상향조정 리픽싱 의무화를 골자로 관련 규정을 손봤지만, 이는 주가가 하락 중인 현 상황과 무관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이라고 기업 자금조달 수단인 CB 발행을 금지할 수도 없을 뿐더러 투자 유도장치인 리픽싱을 막을 수도 없다"며 "최근 리픽싱 횟수 제한 등 규제 강화에 대한 이야기가 있지만, 한 기업이 세 차례 이상 리픽싱을 단행하는 경우가 흔치 않은 가운데 (횟수 제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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