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사들 사이에서 상설협의체를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내부 견제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자는 취지다. 반면, 법무부와 검찰 인사로 일명 ‘윤석열 사단’이 부활함에 따라 협의체 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젊은 검사들의 개혁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19일 법조계는 검사들이 추진하던 전국검사대표회의 구성에 비관론을 제기했다. 일선 검사들이 ‘검찰 공정성‧중립성 확립’을 외치며 협의체 구성 논의를 시작하려는 와중에 ‘윤석열 사단’이 검찰 전면에 배치되면서부터다. 불편한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전날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비롯해 검찰청‧법무부에 대한 인사를 실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좌천됐던 윤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특수통’ 검사들이 요직으로 복귀했다.
전국검사대표회의는 최인상 대구지검 서부지청 인권보호관(부장검사)이 제안한 것이다. 그는 최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행을 기다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에 허탈해하고 계시리라 생각한다”며 “이제 허탈함을 털어버리고 입법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약속한 바와 같이 검찰의 공정성 중립성 독립성 확보를 위한 내부 견제 장치로서 전국검사대표회의 구성을 위해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검사대표회의’ 구성 제안에 여러 검사들은 지지와 격려를 보냈다. 반면,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한 부장검사는 “일선 검사들이 이렇게 개혁하는 것을 윗선에서 좋아할 리가 없다”며 “특히 주위 ‘윤석열 사단’ 검사들 중 이에 공감하거나 힘을 싣겠다는 사람은 못 봤다”고 전했다.
지난달 열린 전국평검사대표회의에서도 정례적으로 논의를 나눌 수 있는 ‘평검사대표회의’가 제안된 바 있다. 전국검사대표회의와 평검사대표회의 모두 검찰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회의에서는 과거 검찰의 과오를 반성하고 개선해 나가자는 것이 자칫 선배 검사들을 저격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고 역풍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앞서의 부장검사는 “마침 지금과 같은 인사철에 무리한 시도가 어떻게 돌아올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검수완박' 국면에서 검찰은 ‘집단행동’ 논란에 시달려 왔다. 윤석열 사단을 중심으로 새로운 검찰이 모습을 드러내는 시점에서 굳이 같은 논란으로 불씨를 제공하지 말자는 의견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수완박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모임을 만드는 것과 안건이 없어도 상시적으로 모임을 만드는 것은 무게가 다르다”라며 “윤석열 정부 첫 검찰 인사가 시작됐는데 검사회의는 집단행동을 할 길을 열어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검찰 중립성‧공정성 확보를 위해 상설 협의체 구성은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검수완박 사태를 겪으며 내부의 총의를 표현할 경로는 필요하고 질서있는 의견 제출 방식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평검사도 “내부에서 해결책을 준비해 제시하자는 것이지 분열을 일으키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비판이 있다면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