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물가가 심상치 않습니다. 커피나 각종 탄산음료 값까지 모두 치솟으면서 서민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이렇게 식품 가격이 오르는 데엔 다양한 원인이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원인 중 하나에 플라스틱이 자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먹는 음식과 플라스틱,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이유는 바로 일회용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업계가 바로 식품 업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식음료 포장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가격이 치솟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은 석유화학 원료로 만들어지는데요. 최근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석유 수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등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화상 정상회의를 개최한 뒤, 공동성명을 했습니다. 이들은 “러시아 석유 수입의 단계적 중단·금지를 통해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점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분위기에 최근 플라스틱을 만드는데 필요한 원료 가격이 고공행진 중입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3월 나프타(Naphtha)의 물가지수는 215.16(2015년 100기준)으로 전월(184.30)보다 약 16.7% 올랐습니다. 오름세도 최근 유독 가팔랐습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150.77였던 수치가 올해 1월 165.26, 2월 184.30로 빠르게 치솟았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플라스틱 포장재가 많이 들어가는 식품들도 가격인상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페트병 포장이 대표적인 코카콜라 음료만 봐도 그렇습니다. 지난달부터 코카콜라 500㎖(PET) 제품 24개들이는 기존 3만6900원에서 3만8700원으로 5% 상승했습니다. 코카콜라측은 “우크라이나 사태 및 지속적인 공급망 불안정으로 알루미늄, 페트 등 국제 원부자재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가격을 올렸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특히 영국이 대표적입니다. 영국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입니다. 그런데 4분기에는 10.2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지난달 BBC는 휘발유와 경유를 비롯한 식품 가격이 빠른 속도로 상승한 이유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석유와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추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아시아도 긴장을 내려놓을 수는 없습니다. 3월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의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특히 소비 회복세가 본격화한 아시아는 그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아시아 최대 플라스틱 원재료업체인 일본의 스미모토화학은 지난해 유가 상승으로 원재료 가격을 4번이나 올렸습니다. 그러나 계속되는 상승세에 지난달 1일 20%나 되는 가격 인상을 또 단행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더 심화할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러시아산 원유와 정유 제품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금수 조치가 현실화하면 러시아발 원자재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대외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것이 글로벌 경제에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며 “안 그래도 인플레이션이 높은데 물가 압력이 추가로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