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재무상 “엔화 약세 지금 경제에 좋지 않아”
20년 만의 엔저에 일본은행(BOJ) 총재와 재무상이 잇따라 우려를 표명했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중의원 결산행정감시위원회에 출석해 “최근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속도가 급격하다”며 “기업이 사업 계획을 세우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로다 총재는 최근 엔화 가치 하락세에 대해 “전반적으로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지금 같은 변동성은 너무 크고 급격한 변화”라고 우려했다.
닛케이는 "일본은행이 지금까지 엔저가 경제에 긍정적이라고 주장해왔다"며 "그러나 엔화 가치 하락세가 계속되자 구로다 총재가 부정적 측면도 언급해 이를 견제하려 한다"고 풀이했다.
이날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26엔대 중·후반까지 올라 엔화 가치가 2002년 5월 이후 약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 달 전 달러ㆍ엔 환율이 114∼115엔 수준에서 거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엔화 가치는 10%가량 하락한 것이다.
구로다 총재는 “한 달 새 약 10엔 정도가 빠졌다”며 “이런 속도라면 엔저 현상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구로다 총재의 발언 후,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매입이 늘어 달러 가치가 약 0.22% 하락해 달러ㆍ엔 환율이 126.25엔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구로다 총재는 일본은행이 경제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연료, 식품 원가가 이미 오르고 있는 만큼 엔화 약세가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의원들의 우려에도 "엔저는 기본적으로 경제에 플러스"라고 역설했다.
일본 금융당국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긴축을 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초저금리를 유지해오고 있다.
미국과 일본 간 금리 격차 확대로 투자자들이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는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달러·엔 환율이 올해 130엔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도 구로다 총재와 같은 자리에 출석해 “기업이 물가나 임금을 충분히 올릴 수 없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엔화 가치 하락은 좋지 않다”고 엔저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앞서 스즈키 재무상은 15일에도 비슷한 취지로 발언했다.
다케시 미나미 노린추킨 연구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약세를 조절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일은 권한을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일본은행은 이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