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삼성ㆍLG ‘위기가 기회다’…2色 불황기 극복 전략

입력 2009-02-23 08:38 수정 2009-03-03 10:2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 삼성전자 “경쟁사와 격차 확대로 리더십 유지”... LG전자 “실속형 제품 출시로 점유율 확대”

본격적인 경기후퇴기로 들어간 2009년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위기는 기회’라는 모토 속에 올해를 시장점유율 상승을 통한 글로벌 리더십 구축의 시기로 정의하면서 불황 극복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은 경기침체기인 지금을 “소위 초격차 확대의 시대”라고 규정하고 “내부효율과 스피드 경영을 가속화해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일 수 있는 모멘텀을 확보하고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도록 하자”고 말했다.

LG전자 남용 부회장도 “현재 전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어느 기업이나 힘들지만 더 강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당장은 이익을 크게 내지 못해도 경기가 좋아질 때 시장을 키우거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도록 불황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은 세월의 검증을 거친 금언으로서 타당성을 갖추고 있지만 경기침체기 속으로 곰비임비 빠져들고 있는 전자 기업들에도 경영전략으로써 유효한 것일까.

지난해 시작된 미국 발 금융 위기가 실물 경기의 침체의 골을 깊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상반기에도 여전히 실물 경제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소비자의 수요 위축 및 이로 인한 기업의 실적 악화도 지속될 전망이다.

하반기부터는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2000년 초반의 IT버블 붕괴와 같은 과거 불황기처럼 빠른 속도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수요 위축 속에서 전자산업은 제품별로, 지역별로 시차는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실적이 급격히 악화돼 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대부분의 전자 기업들이 최근 4~5년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전자산업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해오던 휴대폰 산업조차도 역성장이 예상되고 있을 정도다. 따라서 이번 불황을 계기로 전자 산업의 게임 룰도 과거 호황기 때와는 다소 다르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이 나온다.

LG경제연구원 한영수 책임연구원은 이번 불황에 의해 전자 산업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이슈를 다섯 가지로 제시했다.

먼저 기능이 디버전스(Divergence) 또는 스펙다운 된 저가 제품이 소비자에게 크게 어필하면서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저가 유통채널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을 꼽았다.

이어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된 사업 모델이 불황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고, 경기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수직 통합 기업이 전문화 기업에 비해 안정적인 성장에 유리할 것으로 봤다.

마지막으로 불황이 심화, 장기화됨에 따라 기업 간의 인수합병(M&A) 또는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점점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 LG전자 “합리적 소비 이끈다”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한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는 LG전자는 불필요한 기능을 제외해 그 효과를 가격에 반영한 디버전스 제품의 출시에 적극적이다.

‘국내 스마트폰 대중화 이끈다’는 명분을 걸고 2월에 출시한 60만원대 스마트폰 ‘인사이트’가 대표적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근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필수적인 기능들로 구성된 휴대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인사이트의 국내 시장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인사이트’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모바일 6.1 운영체제(OS)를 탑재해 PC와 동일하게 인터넷, 이메일 및 각종 오피스 프로그램들을 이용할 수 있고, 각종 스마트폰 전용 프로그램들도 PC에서 다운받아 설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미 시장에 출시된 스마트폰의 기본적인 기능을 갖췄다.

LG전자가 올해 첫 LCD TV 신제품으로 선보인 ‘LH30FD’도 핵심기능에 집중한 디버전스 제품이다. LG전자는 지난 11일 ‘LH30FD’를 출시하면서 디자인과 화질 등 TV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실속형 제품임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LG전자 HE마케팅팀장 이우경 상무는 “이번 LCD TV 신제품은 가격은 물론 디자인, 화질, 편의성까지 꼼꼼히 따져 보는 고객층의 요구를 반영해 기획됐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디버전스 제품 출시와 더불어 불황기 극복을 위한 비용절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른바 3조원 비용절감 프로젝트의 진행이다.

올 초 남용 부회장은 생산라인의 원가절감을 포함한 회사 전 부문의 비용과 82개 해외 법인이 참여하는 비용절감 프로젝트 실행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LG전자 측은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는 등 현금흐름 개선이 가능한 모든 기회를 점검하는 작업은 이미 완료됐다면서 재고자산 축소, 매출채권 현금화, 공급망관리(SCM) 최적화, 통합구매 등은 이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용절감은 경기후퇴 시기의 수익성 하락 방어와 경기후퇴기 이후 준비에 따른 대응방안 마련과 직결돼 있다.

또 LG전자는 구매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불황극복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 남 부회장은 “매출에서 영업이익을 빼면 모두 구매의 영역”이라 말할 정도로 구매를 중요하게 보고 있는데, 좁은 의미의 부품 조달은 물론, 시설투자, 거래은행과의 네고, 인재 채용 모두가 넓은 의미의 구매로 간주되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LG전자는 구매 역량의 수준을 세계 최고로 올려야 한다고 강조가 나온다.

한편 남용 부회장은 경기후퇴 극복을 위한 올해 중점추진과제로 남 부회장은 시장점유율, 사업의 유연성, 포트폴리오 재구축 등 3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급격히 변화하는 시장에서도 우리의 몫은 반드시 늘려야 하고 ▲이를 위해 사업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동시에 ▲수익성과 장기 성장을 뒷받침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축에 역량 투입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 부회장은 “경기침체기는 미래성장사업 준비에 최적의 기회”라며 “현재 이익을 크게 내지 못하더라도 경기가 좋아지면 점차 시장이 확대되거나 수익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유망사업을 키워야 한다”고 언급했다. LG전자는 B2B, 태양전지, 시스템에어컨 등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준비하고 있다.

◆ 삼성전자 “격차 확대 하겠다”

삼성전자는 변화에 보다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시나리오 경영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분기의 경우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과 함께 주요 사업들의 비수기인 점을 감안할 때 수요 부진이 예상되고 있지만 하반기 경기 호전 시 최대 수혜자가 되기 위해 전 사업부문에서 경쟁사와의 격차 확대에 더욱 주력해 나갈 방침”이라고 올해 사업전략의 일단을 내비쳤다.

사업전략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휴대폰이다. 올해 전세계 휴대폰 시장은 5%의 역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률 두자리수를 유지하면서도 2억대 이상을 판매해 사상 최초로 시장점유율 20%를 넘어서겠다는 이른바 ‘트리플-2’ 전략목표를 제시했다.

신종균 삼성전자 DMC부문 신임 무선사업부장은 ‘MWC 2009’가 열리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이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았다.

신 부사장은 “하이엔드 휴대폰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대하는 한편 신흥시장에서의 사업 기반 강화로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 휴대폰만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먼저 시장주도권을 쥐고 있는 풀터치스크린폰 등 하이엔드 휴대폰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할 방침이다.

신흥시장은 보급형 휴대폰으로 공략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유통망 확대와 차별화된 라인업으로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던 신흥시장에 대해서도 3000만대를 돌파한 E250에 이어 최근 1000만대 판매가 넘은 J700 등 히트모델을 계속 만들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전략과 관련해 교보증권 구자우 연구원은 “고가형 제품인 스마트폰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터치스크린용 제품을 기존 고가형 기종에서 중가형 기종까지 폭넓게 탑재해 본격적인 물량확대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3년 연속 세계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TV사업에서도 삼성전자는 시장에 따라 고가제품과 저가제품 동시에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2000만대가 넘는 LCD TV 판매로 점유율 20%를 넘어서는 성과를 보였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삼성전자 올해도 시장점유율 격차를 더 넓혀 4년 연속 세계 시장 1위 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구자우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TV시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요인을 이렇게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휴대폰과 반도체로 높아진 브랜드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고, 디자인 차별화를 통해 TV시장에서의 제품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으며, 이원화 전략을 통해 고가와 저가 시장을 동시에 공략해 고가 모델에서는 수익성을 저가 모델에서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삼성전자는 LCD TV의 전략에서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을 감안해 고가 제품에서는 LED BLU를 본격적으로 채용해 초박형, 저소비전력 LED TV로 사양을 더 고급화해 수익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저가 제품은 해외생산 강화로 원가를 절감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한편 시장점유율을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한증권 김지수 연구원은 “올해 원화 약세와 차별화된 제품군을 통해 삼성전자의 LCD TV 점유율은 각각 23.1%에서 25.8%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뷰] LG경제연구원 한영수 책임연구원

삼성ㆍLG 불황기 극복 전략 “다른 듯 같은 지향”

일반 vs 기업 소비자 맞춤 전략이 큰 틀

“삼성전자는 조직을 통합했고, LG전자는 조직을 나눴다. 외견상으로 보면 두 회사가 반대의 전략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추구하는 방향은 유사하다. 불황시기에 시장점유율을 확보해 호황기에 리더십을 확고히 하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한영수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각각 조직개편을 끝낸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경기침체기에 오히려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1월 4개로 나눠져 있던 사업컴퍼니를 부품과 세트로 통합했다. LG전자는 오히려 B2B사업부를 만드는 등 4개의 사업컴퍼니를 5개 분야로 쪼갰다.

한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통합을 통한 시너지를 노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무선, 네트워크, 컴퓨터, 영상디스플레이, 생활가전, 프린터, 지역총괄을 세트분야로 묶고 반도체, LCD를 부품분야로 통합한 것은 사업구조를 성격이 다른 고객, 즉 일반소비자와 기업소비자에 각각 집중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외형은 분화이지만 LG전자도 유사한 집중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 한 연구원의 분석이다.

한 연구원은 “LG전자가 에어컨 사업본부와 B2B 사업본부를 만든 것을 봐서 큰 두 축을 세트와 솔루션으로 가져가기 위한 전략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외부에서 삼성전자를 반도체, LCD 중심의 부품회사로 인식하는데 반해 LG전자는 세트회사로 인식되고 있는데, LG전자가 미래 비즈니스 영역을 확보해 단순 세트 회사의 이미지를 벗어나겠다는 취지가 조직개편에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전략적으로 유사한 행보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소비자의 수요 위축이라는 복병을 만난 올해 전술적인 차이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 연구원은 “TV와 휴대폰을 만드는 입장에서 보면 현재 원화가치가 크게 떨어져 있는 지금이 시장점유율 확대에 있어서 절호의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저가제품에서도 성과를 보인 반면 LG전자는 저가시장 개척의 여지가 큰 만큼 시장점유율 확대에 LG전자가 상대적으로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에서 볼 때는 삼성전자가 보수적인 시장공략에 나서고 LG전자가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예상인데, 근본적으로는 전략의 유사성을 눈여겨보는 관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생일 축하해” 루이바오·후이바오의 판생 1년 [해시태그]
  • '풋살'도 '요리'도 재밌다면 일단 도전…Z세대는 '취미 전성시대' [Z탐사대]
  • "포카 사면 화장품 덤으로 준대"…오픈런까지 부르는 '변우석 활용법' [솔드아웃]
  • 단독 삼정KPMG·김앤장, 금융투자협회 책무구조도 표준안 우협 선정
  • 4인 가구 월 가스요금 3770원 오른다…8월부터 적용
  • '연봉 7000만 원' 벌어야 결혼 성공?…실제 근로자 연봉과 비교해보니 [그래픽 스토리]
  • 코스피, 삼성전자 깜짝 실적에 2860선 마감…연중 최고
  • 고꾸라진 비트코인, '공포·탐욕 지수' 1년 6개월만 최저치…겹악재 지속 [Bit코인]
  • 오늘의 상승종목

  • 07.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0,805,000
    • -1.01%
    • 이더리움
    • 4,258,000
    • -3.49%
    • 비트코인 캐시
    • 470,600
    • +3.43%
    • 리플
    • 611
    • +1.16%
    • 솔라나
    • 192,700
    • +5.42%
    • 에이다
    • 503
    • +2.65%
    • 이오스
    • 691
    • +0.73%
    • 트론
    • 182
    • +0.55%
    • 스텔라루멘
    • 124
    • +5.08%
    • 비트코인에스브이
    • 50,800
    • +1.09%
    • 체인링크
    • 17,570
    • +1.74%
    • 샌드박스
    • 407
    • +5.4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