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폐기물을 활용한 시멘트를 둘러싸고 등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와 이를 반대하는 업계 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시민단체들은 26일 ‘폐기물 시멘트 성분표시 및 등급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순환자원을 활용한 시멘트에 문제점을 지적하며 등급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회 참석이 배제된 시멘트업계는 “세계 유례없는 발상”이라고 난색을 보였다.
26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이날 열린 토론회는 폐기물을 활용해 만들어진 시멘트 제품의 현황 및 문제점을 살펴보고, 정책적 대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동안 폐기물 시멘트를 반대해오던 시민단체와 노웅래 국회의원이 관련 현안에 토론을 진행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선 국내 시멘트 생산 기업들과 협회가 줄줄이 배제돼 등급제 찬성을 주장하는 참석자들로만 자리가 채워졌다. 업계는 사실상 ‘반쪽짜리’ 토론회라고 지적한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노웅래 의원은 “국민의 75%가 시멘트에 폐기물이 투입되는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다”며 “국민의 90% 가까이 폐기물이 투입되는 시멘트 제품의 성분표시 및 등급제 도입을 원한다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중요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최병성 전국시멘트대책위원회 상임대표는 폐타이어와 폐플라스틱 등 가연성 폐기물을 활용한 시멘트가 유해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연간 시멘트 생산량은 차이가 없는데 쓰레기 사용량은 급증했고, 심지어 시멘트 공장에 사람 인분도 반입돼 제조에 사용되고 있다”며 “문제는 폐합성수지, 폐타이어 등의 가연성 폐기물을 고온에 소각한다고 유해물질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폐기물을 연료로 한 시멘트는 유해성이 있고 시멘트에 인분이 들어갈 수 있으니 시멘트의 성분표시와 등급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토론회 참석이 배제된 시멘트업계는 반박 자료를 통해 견해를 밝혔다.
한국시멘트협회는 폐기물을 활용한 시멘트 유해성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매달 분석해 공개한 시멘트 중금속 함량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13년간(2008~2021년) 시멘트업계의 순환자원 사용량은 3037천톤에서 8902천톤으로 2.9배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멘트 중금속 함량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멘트공장에 분뇨와 하수슬러지와 연계된 하수슬러지로 반입되거나, 분뇨가 직접 들어간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선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협회는 시멘트공장에서는 분뇨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 공공하수처리시설에서 가정에서 배출되는 생활하수 및 분뇨를 연계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시멘트공장에서 재활용되는 슬러지는 발생된 하수 등을 그대로 재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처리장에서 물리·화학적 전처리 과정을 거쳐 안정화된 슬러지를 재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콘크리트를 제조하는 중간 건축자재로 이러한 중간재에 대해 사용 원료와 성분을 표시하는 사례는 없다”며 “전 세계적으로 사례가 없는 시멘트 등급제는 효과는 전혀 없는 반면, 불필요한 경제적, 사회적, 행정적 비용 유발한다”고 강조했다.
폐기물을 활용하는 것은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유연탄 등 화석 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업계는 국내 폐기물 상당량을 도맡아 처리하는 만큼 탄소중립에 도움이 된다고 해명한다. 세계 각국 시멘트 업계도 ‘대체 연·원료’(AFP)라는 이름으로 합성수지 등을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전 세계적으로 시멘트 생산에 순환자원 재활용을 권장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유독 국내에선 폐기물 시멘트 안전성을 시민단체들은 “쓰레기 시멘트”라고 주장하고 업계와 대립하고 있다. 등급제를 두고 시민단체와 업계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쪽의 의견만 있는 것은 토론이 아니라 토의이고, 이를 끝내고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주장하면 안 된다”며 “정정당당하게 업계와 토론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