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 정부 원안에는 없던 76개의 사업이 새로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편성권이 없는 국회는 정부가 편성한 예산을 감액 또는 증액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지역의 도로·철도 사업 등 정부 원안에 없던 사업이 국회에서 새롭게 증액된 경우가 다수 존재했다.
6일 나라살림연구소의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이번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총 8조9000억 원이 증액됐다. 이 중에서 내국세 증대로 인한 교부세 및 교부금 증대는 2조4000억 원에 달했다.
정책적 목적의 증액 중 규모가 컸던 증액사업은 △소상공인 희망대출 융자사업(7000억 원) △감염병 대응 지원체계 구축(6000억 원) △지역신용보증지원(5000억 원) △신종감염병 위기상황 종합관리(5000억 원) △소상공인 손실보상금액(4000억 원)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4000억 원) 등의 순이었다.
이 가운데 정부의 원안에는 없던 약 9400억 원 규모의 76개 사업이 새로 포함돼 있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4904억 원 규모의 지역신용보증지원과 1200억 원 규모의 감염관리수당 등 코로나19와 관련된 사업도 있었지만, 원안에는 없던 도로·철도 사업이 국회에서 증액되는 경우도 많았다. 태릉-구리 고속도로 건설(38억 원), 부전-마산 광역철도(30억 원), 태화강-송정 광역철도(21억 원) 등은 정부 내 논의 없이 국회에서 새롭게 추가된 사업이다.
이번 예산심의 과정에서 1000억 원 이상 증액된 사업은 직·간접적인 코로나19 관련 지출로 소상공인에 융자해주는 사업과 직접 지원하는 사업, 그리고 감염병 대응 관련 예산이었다. 다만 500억 원 이하 사업의 경우, 월곶-판교 복선전철(467억 원), 광주·목포·호남고속철도 건설(408억 원), 이천-문경철도 건설(394억 원) 등이 증액됐다.
특히, 춘천-속초 단선전철, 강릉-제진 철도 건설,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등 7개 도로 및 철도 건설 사업의 경우 각각 100억 원씩 동일하게 늘어났다. 보고서는 "사업 규모가 각각 다르지만, 국회 증액 규모가 100억 원으로 동일하다는 점에서 경제적 필요에 의한 증액이라기보다는 동일한 증액 규모를 정치적으로 분배받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의원 외교 활동 예산이 기존 79억 원에서 16억 원 늘어났고, 종교문화활동 지원 예산도 국회에서 14억 원 증액됐다. 이 중 불교계 화상회의 시스템 지원사업(2억 원), 기대승 450주년 기념사업(1억 원), 국제 불교영화제(2억 원), 강원도 세계 청소년 명상 주간 사업(5억 원) 등 정부안에 없는 사업이 새롭게 증액됐다.
또한, 57억 원 증액된 전통종교문화유산보존 사업에는 해미국제성지 세계명소화 마스터플랜 수립 사업(7억 원) 괴산 공림사 보수정비(2억 원) 서울 호국지장서 보수정비(2억 원) 순창 일광사 보수정비(2억 원) 서울 소림사 보수정비(2억 원), 서울 보광사 보수정비(2억 원) 등 사업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새롭게 증액됐다.
한편 정부안에는 빠져있던 가덕도 예산도 국회에서 새롭게 추가됐다. 국회는 가덕도 신공항건립 추진단 운영 사업으로 2억5400만 원을 새로 편성했다.
보고서는 "사실상 국회의 거의 모든 증액 논의는 예결위 공식 회의 석상에서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며 "보통 소소위라고 불리는 '비공개 밀실 협의체'에서 대부분의 예산 삭감 및 사실상 모든 예산 증액이 다루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일각에서는 예산심의의 효율성 등을 위해 비공개 회의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면서도 "만약 비공개 회의체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속기록 작성은 즉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5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이번에 국회에서 반영된 67개 신규 세부사업의 내용을 보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뿐 아니라 긴급수급물자 구매지원(481억 원), 감염관리수당(1200억 원) 등 국민 민생과 방역강화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들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