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패러다임의 전환...이문호

입력 2009-02-0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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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한 단어로 모든 것을 의미하기는 어렵다. 미술이라는 단어도 그렇다. 특히 현대미술, 현재 진행형 미술은 과거 평면(회화)과 입체(조각)를 넘어 사진, 영상, 설치, 온라인, 건축, 대지 등 다양한 현상과 장르를 포함한다. 사람들이 현대미술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서울옥션 이승환 팀장

#본문

과거에 미술의 문법은 이랬다. “~해야만 미술이다.” 그런데 현대미술로 오면서 그 패러다임은 이렇게 바뀌고 있다.

“~도 미술이다”로 말이다. 이 의미는 인류가 만든 새롭고 창의적이며 문화적인 창조물 대부분을 미술이란 개념이 집어삼키고 있다는 거다.

약간은 낯선 작가 이문호의 작업을 보면 “~도 미술이다”로 변화한 현대미술의 패러다임을 느낄 수 있다. 작년 가을, 직장 근처의 한 전시장에 우연히 들렀다가 마주친 그의 작품들은 전통적인 입체와 평면(사진)들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그 새로움의 충격은 매우 컸다.

작가는 흔히 ‘우드락’이라고 하는 재료를 사용하여 정교하게 사물과 공간을 만들고, 이를 다시 사진으로 촬영한다.

과연 사람의 손으로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된 작품들은 ‘과거 미술’이 가졌던 ‘손맛’을 제공한다.

흔히 “미술은 항구적이어야만 한다”라는 암묵적인 규약이 ‘과거의 미술’에는 있었다. 그래서 입체 조형물을 만들었던 재료들 역시 돌이나 브론즈 같은 항구적으로 튼튼한 것들이었다.

흔히 오일페인트라고 하는 유화물감도 그 내구성을 검증받은 재료다. 그런데 우드락? 부실하기 짝이 없는 그의 작품 소재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사실 재료에 대해 구속을 느낄 필요는 없다. 미술이 그리고 예술이 존재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자유와 자율성이기 때문이다.

또한 유사한 재료들을 가지고 창조된 공간들 역시 매우 정교하지만, 실제의 재현과는 상관없이, 특정한 향수를 보는 이들에게 강제한다.

그것은 잊고 지냈던 과거의 풍경일 수도 있고, 강박처럼 떠올리는 무형의 공간일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작품을 아직 잘 모른다. 꼭 작가를 만나봐야 작품을 아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과거 거장들의 작품과 소통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나는 그의 작품을 아직 잘 모른다고 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 글을 쓰는 시점으로부터 3일 뒤, 이문호 작가를 만날 약속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만나 그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리고 만약 기회가 되면 다시 이 지면에 그의 작품에 대해 더 소개하고 싶다.

그만큼 나에게는 그의 작품과 첫 조우에서의 시각적 충격이 컸고, 그랬기에 더 작품에 대해 알고 싶은 욕구가 뭉클뭉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올해 3월 초 홍익대 앞 상상마당에서는 ‘서교육십 2009: 인정게임’이라는 전시가 열린다. 이 전시에는 60명의 기획자가 추천한 60명 작가의 작품이 선보이는 데, 이중 이문호의 작품도 만나 보실 수 있다.

<작품1>이문호(1970~ ), Piano, 우드락, 150x150x150cm

<작품2>이문호(1970~ ), memory(school), Lambda-print Diasec, 34x4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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