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진 탄소중립 필요성에 올해 첫 국감 출석
"탄소중립시나리오, 기후위기 약자 목소리 들어가야"
"청소년, 유권자 아니지만 국민…기후 정치 요구할 것"
올해 국정감사의 유일한 청소년 참석자인 윤현정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18)는 지난 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기후위기는 사회의 모든 기반을 붕괴하는 문제"라며 "지금처럼 엉터리로 대응을 논의해갈 때 더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손실이 생길 수 있다"며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그가 속한 청기행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대응을 촉구하면서 시작한 ‘결석시위’를 한국에서 이끌고 있다. 지난해엔 '정부의 불충분한 기후대응이 청소년의 생존권,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요지의 기후 헌법소원 청구에도 나섰다.
사실 그는 지난해 산자위와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기후위기 경각심을 촉구할 기회가 있었지만 무산됐다. 일부 위원들이 ‘너무 어리다’, '미성숙한 존재' 등의 이유로 반대하면서다. 그간 국회 국감장의 청소년은 교육 당사자로서 참석하는 교육위 참고인에 그쳤다.
윤 활동가는 "사실 지난해 참고인 신청과정에서 청소년은 선동당하기 쉽고 미성숙하기 때문에 국회라는 공간에 오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펭수’를 데려오겠다고 그렇게 애쓴 국회의원들이 정작 사람인 우리는 거부하더라. 국회라는 곳은 모든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인데,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배제되는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렇게 굳게 닫혔던 국회의 문이 올해는 열렸다. 2050 탄소중립 목표가 수립되고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면서다. 이날 국정감사에 참석한 윤 활동가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논의 테이블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윤 활동가는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위원회에는 농민, 노동자, 노숙인, 장애인 등과 같이 기후위기 위협을 가장 먼저 마주할 사람들이 한 명도 없었다"며 "최근 청소년뿐만 아니라 종교계 소속 위원들이 줄줄이 사퇴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계, 정부관계자, 학자들과 같은 전문가를 중심으로 논의한다고 해서 제대로 된 시나리오가 나올지 의문"이라며 "누구나 기후위기를 얘기할 수 있는 공론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오늘 청소년 참고인을 모셨는데 어리다는 이유로 우리가 이들을 정치에서 배제하진 않았는지, 앞으로의 지구는 이 미래세대들의 터전이며 권리 또한 이들에게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며 "오늘 소위 ‘뼈때리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앞세대로서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새겨듣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후 의제가 환경 문제를 넘어 대안을 도출할 수 있는 정치 문제로 논의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 청소년기후행동은 정부 기구를 떠나 '기후시민의회'를 만들고 있다. 누구나 기후위기를 이야기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새로운 논의테이블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또한, 내년 대선에서 다뤄질 기후위기 의제를 위해 '모두의 기후정치'라는 캠프도 준비 중이다.
윤 활동가는 "사람들은 청소년인 우리에게 유권자도 아닌데 왜 하냐고 묻는다. 하지만 대통령은 유권자가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이라며 "그레타 툰베리도 혼자서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기후위기에 맞서는 정치"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렇게 그는 기후위기에 맞서싸우는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