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공감의 힘

입력 2021-09-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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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연세대학교 명지병원 외래교수

어느 나라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였다. 이를 알고 있던 전속 이발사는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욕구를 참다가 그만 화병이 나 앓아눕게 되었다. 그가 어느 날 대나무 숲에 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고 속 시원하게 외치고 나자 병이 씻은 듯이 낫게 되었다고 한다. 이때, 대나무가 한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공감(共感)’이라고 생각한다.

의대 정신과 수업 첫날, 노교수님께서 “공감은 면담의 알파요, 오메가다”라고 누누이 강조하셨다. ‘타인의 감정을 공유한다’라는 의미인 공감은 면담뿐만 아니라, 모든 대인관계에서 대화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아첨’이나 ‘가식’과는 다르다. 상대방의 의견에 무조건 동의한다거나 찬성한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뜻이고 감정인지 깊이 이해한다’는 것이다.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초등생 딸을 키우는 환자와 ‘공감 훈련’을 하였다. 어느 날, “선생님, 어제 공감의 놀라운 힘을 경험했어요!”라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딸아이가 평소와 다르게 우울한 모습이어서 까닭을 물으니, “수업 중 짝이 말을 걸어서 대답했는데, 선생님이 나만 혼낸 거야, 너무 억울해!”라며, 울먹였다고 했다. 평소 같으면 “왜 수업시간에 떠들고 그래. 너, 엄마가 공부 열심히 하라고 그랬지?”라고 꾸중하거나, “어떤 선생님이 그렇게 편파적이야?”라고 편을 들었다고 한다. 즉, 감정보다는 사실 확인에 치중했었는데, 전날에는 “아…. 그러니까 짝이 말을 걸어서 대답해 준 것뿐인데, 선생님이 너만 지적하니까 서운하고 억울한 생각이 들었겠구나!”라고 당시의 마음을 짚어주며 안아서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요, 정말 놀라운 일은 그 후에 벌어졌지 뭐예요. 밤이 되어 자려고 누웠는데, 딸아이가 ‘그런데, 엄마. 생각해 보니 짝이 말을 걸긴 했지만, 내가 너무 큰소리로 대답했었던 것 같아요’ 하고,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발견한 거예요. 예전에는 항상 자기변명만 하던 아이가 말이에요! 정말 감정을 이해해 준다는 게 어떤 효과를 주는지 확실히 알았어요.”

‘이성은 감정의 노예이다.’ -데이브드 흄

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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