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 "재벌 계열사와는 경쟁을 못해"

입력 2009-01-2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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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코처럼 그룹 일감으로 시평 상위...'구조조정 기준 획일적' 주장

IMF사태 이후 10년 만에 정부차원의 인위적인 건설업체 구조조정이 지난 20일 실시됐다. 이번 구조조정에서 은행 등 채권단은 주로 주택전문건설업체인 중견건설사 12곳을 C 및 D등급으로 선정,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워크아웃 대상업체로 선정된 건설사들의 불만도 크게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워크아웃 업체 선정 당일인 20일 풍림산업과 월드건설 등 몇 곳을 제외한 모든 업체들은 이번 채권단의 결정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주장했으며, 퇴출 대상으로 선정된 대주건설은 호남 업체만 퇴출시켰다는 정치 논리까지 내세울 정도로 강하게 반발했다.

심지어 하루가 지난 오늘까지도 일부 업체들은 등급 선정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있어 파장이 적지 않게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건설사들의 등급을 결정한 가장 큰 요소는 자금 동원력인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로 금융권은 구조조정에 앞서 등급 결정 기준을 묻는 질문에, 부채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구조조정 결과 부채비율은 알려진 것과 달리 아주 중요한 역할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견건설사가 등급 판정이 억울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 대형 건설사들은 대부분 재벌 계열사로 모기업이 탄탄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별다른 실적이 없어도 1군 브랜드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쉽고 아울러 이같은 자금 위기가 있을 때는 비껴나가기도 쉽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은 재벌 계열사인 만큼 이름도 알리기 쉬워 재건축, 재개발 등 도급 사업을 쉽게 따는데다 그룹 내부 건설 업무를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아 실적을 쌓기도 쉽다"며 "결국 구조조정 때도 재벌 계열 건설사들만 이익을 본 셈이니, 실력있는 중소기업 육성 등은 헛구호에 지나지 않은 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실제로 중견건설사들이 재건축, 재개발 시공권을 비롯해, 관급 공사 등 도급 사업 수주에서 재벌 계열 건설사들을 이기기란 여간해선 어렵다. 이 경우 가장 중요한 실적에서도 재벌 계열사들은 그룹 내부의 일로 탄탄히 실적을 쌓아 올리기 일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업체가 바로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엠코다. 현대차그룹은 현대, 기아자동차 외에 현대제철 등 대형 플랜트가 필요한 업체들이 많다. 여기에 엠코가 자회사로 설립한 해비치리조트도 리조트 건설은 엠코가 맡아 엠코는 주택, 플랜트 뿐 아니라 리조트 건설 실적마저 갖추게 됐다. 엠코의 첫 해외사업인 베트남 리조트 사업도 이같은 실적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엠코는 그룹내부 업무만 해옴으로써 무려 시공능력평가 순위 23위란 어마어마한 실적을 올린 셈. 엠코 자체적으로 판단할 때도 지난해 엠코의 그룹 내부 건설업무는 무려 85%에 이른다. 결국 엠코는 이같은 '땅 짚고 헤엄치기'를 통해 중견건설사들에겐 산과 같은 실적 쌓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견 건설업체들은 이제는 시공능력평가 기준도 바꿔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엠코의 경우처럼 그룹내부의 일감만 소화시켜도 실적을 쉽게 얻을 수 있다면 결국 중견 업체들만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이야기다.

심지어 중견 건설업체들 사이에선 수주 경쟁에서 대형 그룹사와 맞설 경우 나중에 보복을 당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중견 건설사들이 재건축 수주를 놓고 대형사들과 경쟁하고, 인근에 아파트를 공급하는 등 경쟁을 벌이는 일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심지어 인근 지역에 분양가가 낮은 아파트를 내놓을 경우 훗날 수주전에서 불이익을 당한다는 루머까지 돌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기술력과 관계없이 재벌 계열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각종 도급 수주에서 대형사들의 들러리 밖에 못서는 게 중견사들의 한계"라며 "사업 수주 한 건에 사운을 걸어야하는 중견 건설업체들의 입장에서는 이 같은 구조는 이중 삼중의 규제 밖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시공능력평가액은 정성적인 요소까지 포함하는 만큼 이같은 부분도 배려를 하면 중견업체들에게 적잖은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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