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셧다운제가 시행된 지 10년 만에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의 수면권을 보장하고 게임 중독을 막겠다는 취지로 2011년 도입됐다. 셧다운제는 ‘강제적 셧다운제’와 ‘선택적 셧다운제’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셧다운제 용어는 강제적 셧다운제에 해당한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이 자정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온라인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자정이 되면 사라지는 것이 마치 동화 ‘신데렐라’의 내용과 비슷하다고 해 신데렐라법이라고도 불린다. 선택적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부모 등 법정대리인이 요청하면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2일 게임업계에서는 이러한 셧다운제가 시행된 지 10년째가 됐지만, 산업의 위축을 불러올 뿐, 청소년들의 수면 부족과 게임중독은 해결되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실제 청소년들의 수면 시간에도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콘텐츠진흥원의 2020년 게임이용자 패널연구에 따르면 게임 이용시간과 수면시간 사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조사됐다. 2020년 게임 과몰입 종합 실태조사 역시 게임 이용시간의 증가가 과몰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정치·정부·산업계 변화 목소리 커져 =셧다운제 폐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셧다운제 폐지를 주장하는 청와대 청원이 등장하는가 하면 국회의원들은 관련 법안을 발의하며 셧다운제 재검토 요구에 나섰다. 정부에서도 셧다운제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셧다운제’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약 600여 개의 청원이 등록돼 있다. 대부분이 셧다운제 반대, 셧다운제 폐지와 관련한 내용이다.
국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셧다운제 폐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강제적 셧다운제와 관련된 내용을 삭제하는 것이 골자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도 셧다운제 조항을 삭제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셧다운제 폐지와 함께 청소년과 친권자가 자율적으로 게임을 통제하도록 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국회에 셧다운제와 관련해 발의된 법안만 5건에 달한다.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도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셧다운제는 현행법상 여성가족부가 담당하는 청소년보호법과 문화체육관광부가 맡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등 두 개의 법안에 동시 적용되고 있다.
여가부는 7월 30일 자체규제개혁위원회를 열고 셧다운제 개선에 대해 논의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셧다운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 역시 셧다운제 폐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며 선택적 셧다운제로 법안을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박승범 문체부 게임콘텐츠사업과장은 “강제적 셧다운제는 가정에서 해야 할 일을 국가가 개입하는 측면이 있다”며 “문체부는 규제 완화, 자율성 보장, 청소년 보호 세 가지 방향성을 갖고 있으며 강제적 셧다운제는 폐지하는 게 좋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셧다운제는 도입 당시부터 법적인 근거를 검토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도입한 법안”이라며 “셧다운제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단체는 폐지 반대 =학부모단체와 중독포럼 등은 셧다운제 폐지를 반대한다. 이들은 “PC가 아닌 모바일로 게임과 인터넷사용패턴이 변화했다면, 이는 셧다운제 폐지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모바일을 통한 게임과 디지털미디어 과사용 예방책을 마련해서 해결할 일”이라며 “지난 10여 년간 이미 법에 규정된 게임이용시간 부모선택제의 구체적 시행은 외면해오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게임이 생활의 일부가 됐으니 셧다운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망마저 국가가 앞장서 포기해버리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2014년 4월 24일 헌법재판소가 게임업계의 헌법소원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내세우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청소년의 수면시간 확보를 통해 건강과 성장, 그리고 일상생활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하려면 꼭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