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학교를 넘어 일터로 가자

입력 2021-06-16 15:59 수정 2021-06-1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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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한 교실에서도 아이들은 외로웠다. 그들은 시간표가 바뀌었는지 몰라 뙤약볕이 내리쬐는 운동장에 혼자 앉아 있었고, ‘장애인은 인솔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소풍날 운동장에서 관광버스를 지켜봐야만 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엄마들은 다짐했다. ‘지금 겪는 이 아픔을 되풀이하지 말자’. 2017년, 특수학교 건립을 위해 엄마들은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무릎까지 꿇었다. 지난해가 돼서야 엄마들이 무릎을 꿇었던 그 자리에 서진학교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올해 초 첫 졸업생들이 사회로 나왔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학교 가는 길’은 특수학교(서진학교)가 설립되기까지 7년간의 여정을 담아냈다. 영화는 발달장애인에게 학교는 세상과 만나게 해주는 소중한 터전이라는 것을 생생히 보여준다.

이 영화가 불현듯 생각난 것은 여의도 증권가의 사내 카페를 들리면서였다. 북적이는 점심시간, 차분히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얼음 컵을 채우는 청년을 만났다. 따로 얘기를 듣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발달장애인들이 바리스타로 근무하는 일터였음을. 그들은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태호 씨(가명)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만들 때 즐겁다고 했다. 그는 “얼음 넣고, 샷 넣으면 끝이다. 다른 음료보다 쉬워서 좋다. 또 여기(파크원 타워2)는 건물이 높아서 좋다”며 웃어 보였다. 그에게 이곳은 소중한 ‘일터’였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취업 문턱은 여전히 높고 취업상 지위도 불안정하다. ‘장애인 의무 고용제’가 있어도 의무 사업체 절반 이상이 미이행 부담금을 내고 외면한다. 어렵게 학교 교육을 마친 대부분 발달장애인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게 현실이다.

교실을 나와도 이들이 사회와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가 잘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면서 함께 ‘일’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와 함께 더불어 살아갈 때 기업의 사회적 가치도 함께 높아진다. 특수 학교를 졸업한 이들의 삶이 또다시 개인의 몫으로 남겨지지 않도록, 기업이 손을 잡아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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