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코리아' 근간이 흔들린다

입력 2009-01-0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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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벤처기업 급감 성장동력 '흔들'...온통 건설부문관 관심

'IT코리아'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수출을 이끌던 반도체 수출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소식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뉴스거리도 아니다.

그나마 수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는 휴대폰, LCD패널 역시 단가 하락으로 마진폭이 줄면서 국내 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은 휴ㆍ폐업하는 IT업체들이 속출하고 신규 IT벤처 창업은 큰 폭으로 줄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불경기라고 하지만 자칫 성장의 기본 동력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07년까지 수출 품목 중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반도체 업체들의 지난해 실적은 참담하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과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위축으로 전년대비 16.0% 급감한 328억달러의 수출고를 올려 수출 1위 자리를 휴대폰에 내줬다.

지난해 국내 13대 수출 품목 가운데 컴퓨터(-22.6%)와 함께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이면서 수출 규모 순위도 6위로 하락했다.

LCD 수출은 작년 183억달러로 전년 대비 9.7% 증가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경기침체 여파로 제품 가격이 급락하면서 수출 규모 증가세가 크게 꺾였다.

실제로 모니터·노트북·TV에 쓰이는 주요 대형 LCD 패널 연말 가격은 작년 상반기 말 대비 절반 수준으로 폭락했다.

가전제품도 상반기까지는 한자릿수의 수출증가세(9.8%)를 유지했지만 하반기부터 대형유통업체 파산 및 재고감축,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특수 실종 등으로 수출이 크게 감소했다.

심각한 것은 올 상반기까지 극심한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휴대폰·반도체 등 IT 주요 품목 수출은 감소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무선통신기기, 반도체의 지난 12월 수출 규모는 이미 전년 동월 대비 21.3%, 50.3%나 급감세를 보였다.

실제로 지식경제부는 지난 2일 '2008년 수출입 동향 및 2009년 수출입 전망' 보고서에서 "무선통신기기ㆍ액정디바이스 등은 美ㆍEU 등 선진시장의 수요 부진, 글로벌 경쟁 심화로 수출이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품목별로 무선통신기기는 신흥시장 및 프리미엄 폰 비중은 확대되지만 선진국 교체수요 감소로 전년대비 0.3% 감소, 반도체는 Vista 출시효과 불발 및 IT기기 시장 성숙에 따른 수요 둔화로 메모리 시장침체 지속으로 2.0% 하락을 전망했다.

IT산업의 기본 동력마저 흔들릴 기미가 보이고 있는 것은 훨씬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내 IT산업은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몫을 했다. 하지만 지난 IMF 당시 보다 혹독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번 경제 위기 한파 속에 신규 IT벤처 창업 급감은 물론 휴폐업하는 IT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신생 IT벤처기업은 2005년 7563개에서 2007년 5945개로 줄었다. 벤처캐피탈회사 역시 최근 5년 사이 440개에서 240개로 절반으로 급감했다.

익명을 요구한 벤처산업협회 관계자는 "경기 전망이 워낙 불투명하다 보니 IT벤처 투자가 전무한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IT코리아 경쟁력 역시 크게 하락하고 있다.

작년 9월 영국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국가별 IT산업 경쟁력 순위에 따르면 66개 조사 대상국가에서 한국 순위는 2007년 3위에서 1년만에 8위로 5계단이나 떨어졌다. 대만과 스웨덴, 덴마크, 캐나다, 호주가 한국을 제치고 상위권으로 올라갔다.

한국은 과거 10여년간 국가 IT경쟁력 관련 조사에서 톱5 아래로 내려가본 적이 없다.

지식경제부는 2008년 IT수출이 반도체 부진에도 불구하고 휴대폰, 디스플레이 패널 등을 중심으로 전년 수준의 1313억 달러(0.9%증가)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밝혔다.

IT수입은 735억 달러로 전년대비 5.5% 증가했으며, IT수지는 전체산업의 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578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로 먹고 사는 국내 경제에서 IT산업 위치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부의 인식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작년 9월 9일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IT산업 키워봐야 일자리만 줄어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2000년 창업 이후 현재 구로디지털단지에서 SI솔루션 업체를 운영중인 K사장은 "대통령이 건설 경기 부양에 집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IT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소홀히 하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IT벤처산업은 무역규모 순위가 세계 12위를 이끌었지만 벤처 거품 붕괴 이후 '먹튀'의 오명을 뒤집어 쓰기도 했다. 하지만 'IT강국 코리아'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으로 살아가는 IT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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