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석유제품 수요 감소 등 유래없는 침체에 빠진 석유화학업계가 태양광, 탄소나노튜브, 정보기술(IT) 등 신사업 투자를 통해 새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한화석유화학, 동양제철화학 등 석유화학업체들은 지난 10월부터 감산 및 공장중단 등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성장동력 부문 발굴 및 투자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이는 석유화학제품 수요 감소와 유가 급락으로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는 데다 석유화학산업이 2010년경 경기 저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1~2년간 업황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 금융위기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일부 석유화학업체의 투자가 늘고 있는 것은 특정 분야에서 이미 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 시장 선점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석화는 태양광사업을 위해 울산공장에 태양전지 셀(Cell) 생산을 위한 공장부지 조성에 돌입했다. 이 공장은 연간 30㎿ 생산규모로 내년 3월말 완공되며 4분기 이후 본격 상업생산을 시작한다.
한화석화는 오는 2015년까지 총 1GW의 태양전지 셀 생산설비를 구축해 세계시장의 5% 이상을 점유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총 8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약 2조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한화석화는 또 고압 및 액화 등의 기존 저장 방식의 문제점인 낮은 효율과 안전성을 대체할 수 있는 수소저장 물질을 개발하기 위해 2006년 이후부터 나노기술을 활용한 고형화 수소저장물질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수소저장물질 및 저장모듈을 개발하고 양산설비를 구축해 수소경제에 필수적인 수소 제조, 저장 및 유통 분야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LG화학은 1458억원을 투자해 내년 8월 완공을 목표로 충북 오창공장의 전지라인을 증설 중이다. 지금도 전체 전지라인을 100% 가동하고 있는 LG화학은 이번 증설을 통해 전지 수요 증가에 따른 공급 대응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올해 전지 부문에서만 약 7000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전망되며 증설 물량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올해 매출의 두 배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동양제철화학은 태양광 산업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전북 군산에 1만t 규모의 폴리실리콘공장 증설작업이 한창이다. 군산 공장 증설작업이 완료되면 동양제철화학의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은 2만6500t이 되며 세계 2위 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2000억원에도 못 미치던 영업이익이 2010년에는 1조3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안혜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석유화학산업의 경기 하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유화업종에 한정된 사업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회사는 한계성을 갖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LG화학, 한화석화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진 KB투자증권 이사는 "당분간 순수 석유화학분야의 투자는 자제하고 신재생에너지 등 석유화학산업의 신사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