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한국은행이 내놓은 ‘코로나19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임금 및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잠재 임금손실률은 7.4%이고, 지니계수와 빈곤 지수는 각각 0.009p, 6.4%p 상승하면서 소득분배가 악화했다.
실제 국민도 경제 불평등을 실감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과 박병석 국회의장 비서실 의뢰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 사회의 경제 불평등 인식’에 대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양극화가 ‘심해졌다’라는 응답이 82.7%(매우 심해졌다 52.8%, 어느 정도 심해졌다 29.9%)로 나타났다. 모든 권역에서 코로나19 이후 경제적 양극화가 ‘심해졌다’라는 응답이 많았다. 전 연령대에서도 ‘심해졌다’라는 응답이 많았는데, 특히 50대(60.1%)에서 ‘매우 심해졌다’라는 적극 부정 응답이 많았다.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한 응답자가 꼽은 양극화 심화의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34.1%)’이었다. 이외에도 ‘자영업자 매출 감소’ 26.1%, ‘일자리 감소’ 25.6%, ‘기업의 투자 감소’ 4.6% 등으로 집계됐다.
실제 소상공인과 특수고용직(특고), 프리랜서 등 취약 계층은 폐업과 해고, 소득 감소라는 피해를 보았다.
반면 ‘슈퍼카’로 불리는 초고가 스포츠카는 지난해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포르쉐는 7779대로 전년 대비 85.0% 늘었고, 람보르기니는 303대로 75.1%, 벤틀리는 296대로 129.5% 성장했다. 5억~7억 원대 롤스로이스도 6.2% 늘어난 171대를 기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백화점 명품 브랜드 매출 신장률 역시 매년 높아지고 있다. 백화점에서 파는 설 선물 세트는 20만 원이 훌쩍 넘어도 불티나게 팔려 나가면서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라고 한다.
설 다음 날, 고향엔 가지 못하고 누님 댁에 인사를 갔다. 차려진 상엔 떡국 속 파가 없다. 망원시장에 갔더니 대파 한 단에 8000원이나 해서 차마 장바구니에 담지 못했다고 한다. 서민들은 장 보는 것조차 겁이 나는데, 대출 금리는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지난해 8월 2.45~2.7% 수준이었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개월 만에 0.3%포인트가량 올랐다. 신용대출 금리도 마찬가지다. 작년 8월 평균 2.34~2.78%에 머물던 금리는 지난달 2.75~3.55%까지 상승했다. 업계에선 당분간 대출금리 상승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물가가 뛰고, 금리가 오르면 더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히 사회적 약자들이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양극화 심화의 시대, 10조 원 이상의 재산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기부 소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더 크다. 김 의장은 “격동의 시기에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하는 것을 목도하며 더는 결심을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렇다. 우리에겐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어느 임계점을 넘어서면 해결할 수 없다.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불평등은 확대 재생산되고 수많은 갈등을 일으킨다. 그리고 사회 구성원을 무력감과 절망감 속으로 밀어넣는다.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을 때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김 의장의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다. 어쩌면 모든 이들의 공통된 바람일 것이다. 특히 자녀를 키우는 부모 입장이라면.
김 의장의 기부 선언이 양극화의 절대적인 해법은 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새 지평을 선언한 김 의장의 결단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동참하는 계기가 되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