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어진‘특례상장’의 門](상)-⑤‘먹튀 논란’ 어떻게 할까, 투자자 보호 안전장치 시급

입력 2020-12-16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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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전경.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전경.

한때 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 2위까지 오르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신라젠이 조건부 생명 연장을 했지만, ‘기술특례 상장 제도’의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거래소의 상장심사에 대한 신뢰성 확보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재무 상태가 기존 상장 요건에 못 미쳐도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코스닥 상장을 허용해주는 제도이나 애초 기대와 달리 투자자 피해를 낳는 사건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이용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은 106개(12월 1일 기준)로 집계됐다. 2015년 상장 활성화 정책 일환으로 기술평가제도가 개선되면서 기술특례 상장 기업 수가 대거 늘었다. 당장 실적 조건을 갖추지 못해도 전문평가기관의 기술평가 등 미래 성장성 중심으로 평가하면서 상장 문턱을 낮춘 덕이다.

특례상장이 늘면서 잡음도 커졌다. 우선 시장에선 다양성 부족을 지적한다. 기술특례 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에 입성한 바이오ㆍ제약 기업은 모두 79곳이다. 특례로 상장한 전체 기업(106곳) 중 74.5% 수준이다. 이 제도는 2005년 도입됐지만, 바이오ㆍ제약기업이 코스닥에 본격 진입한 것은 최근 4년간이다. 시장에서 ‘바이오 거품’이 형성된 시기라고도 평가한다.

아직 주목할만한 영업 실적을 낸 곳은 드물다. 물론 바이오·제약 분야가 다른 업종에 견줘 이익을 내기까지 회임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특성을 염두에 두면, 상장 이후 1~3년 내 흑자 전환하지 못한 사실만으로 기술특례 상장 제도에 모든 책임을 돌리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기술특례 상장 제도를 둘러싸고 뒷말이 나온 배경엔 ‘경영 부실’의 몫이 크다. 낮아진 상장 문턱을 발판 삼아 모은 자본금을 경영진이 엉뚱한 데 쓰는 등 개인 투자자들 피해 사례가 발생하면서다.

경영진의 횡령ㆍ배임 혐의 등으로 거래가 정지된 후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로부터 1년간의 개선 기간을 받는 신라젠뿐 아니라 ‘1호 특례상장 기업’인 헬릭스미스(옛 바이로메드)도 임상3상 실패와 이후 드러난 부실 사모펀드 투자로 관리종목에 지정될 위기다. 캔서롭과 샘코 등은 현재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매년 영업손실을 내면서도 막대한 스톡옵션을 받았다가 임상 실패 발표 직전 보유 주식을 파는 부정 거래에 가까운 행위도 잦다. 금융감독원이 2015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코스닥 특례 상장사(58곳)의 스톡옵션 부여·행사 내용을 분석한 결과, 스톡옵션을 행사한 51곳 중 영업이익을 낸 곳은 8곳에 불과했다.

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선 안전장치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내 대표 바이오 업체 중 한 곳에서 공시 업무를 맡는 한 간부는 “바이오ㆍ제약기업 정보가 대단히 전문적인 분야인 만큼 상장 심사부터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면서 “특히 상장 후에도 역량 있는 기업이 더 많은 투자를 받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정보를, 더 정확하게 공시하도록 거래소나 상장 주간사가 지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 금감원이 바이오ㆍ제약 상장기업에 대한 사업보고서 작성 기준과 심사를 강화한 데 이어 한국거래소도 특례 상장 심사 관련 기술 평가인력을 확충하고 심사 기간을 늘렸다. 하지만 특례상장기업 잇따른 비리, 허위 공시 등으로 제도와 기관에 대한 신뢰 회복까지 가야 할 길이 멀다.

일각에선 경쟁자 없는 거래소의 독점 구조를 깨야 한다고도 말했다. 거래소는 민간기구로 이익을 취하면서 시장 감시 등 공공 권한을 행사하는데, 거래소와 주관사 사이 책임 소지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신라젠 행동주의 주주 모임은 “주주들은 거래소의 기술 특례 상장 기준을 믿고 신라젠에 투자했다”면서 “신라젠의 실질심사는 과거 이 회사의 상장 심사를 진행한 거래소가 책임을 회피하고 죄 없는 소액주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유치기업의 다양화(전기차 자율주행차,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등)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성뿐만 아니라 사업성 등 다양한 강점을 갖춘 기업들이 많아져야 업종 리스크에 따른 시장의 안정성도 관리할 수 있다”며 “특례상장을 통한 다양한 기업의 시장 진입과 함께 산업특성을 반영한 정보 공시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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