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회장, 인적 쇄신으로 위기 정면 돌파…'젊은 롯데'로 재설계 선언

입력 2020-11-26 16:22 수정 2020-11-2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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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ㆍ신임 임원 전년 대비 80% 줄이며 군살 빼기…50대초반 CEO 전진 배치

롯데그룹이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롯데그룹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롯데지주를 비롯해 유통ㆍ식품ㆍ화학ㆍ호텔 부문 35개 계열사 정기임원 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주도한 이번 정기임원 인사 키워드는 '세대 교체'와 '군살 빼기'로 요약된다.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그룹이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신 회장이 비상 경영에 알맞은 몸집을 갖추고 그룹 체질을 개선해 포스트코로나 시대 롯데의 '재설계'를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50대 초반 '젊은 CEO' 전진 배치…위기 '정면 돌파'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BU장 (사진제공=롯데그룹)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BU장 (사진제공=롯데그룹)
롯데그룹 2021년 인사의 첫 번째 키워드는 '젊은 롯데'다.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50대 초반의 젊은 CEO를 대거 선임했다. 코로나19로 그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만큼 젊은 감각으로 혁신을 꾀해 신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시장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신성장동력을 적극적으로 발굴해낼 수 있는 젊은 경영자를 전진 배치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우선 '젊은 롯데'로의 변화에 발맞춰 그룹 식품 분야를 이끌던 이영호(62) 사장(식품 BU장)이 물러났다. 지난해 3월 임명된 이 사장은 교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점쳐졌는데, 후배들을 위해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식품BU장은 이영구(58)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가 사장으로 승진하며 자리를 맡게 됐다. 이 사장은 1987년 롯데칠성음료에 입사해 2017년부터 롯데칠성음료 대표를, 2020년에는 음료와 주류 부문 통합 대표를 맡아왔다.

신임 식품BU장이 바뀌면서 식품 계열사 CEO들도 50대 초반으로 대폭 물갈이됐다. 롯데칠성음료의 신임 대표이사는 박윤기(50) 경영전략부문장이 전무로 승진, 내정됐다. 롯데네슬레 대표이사였던 강성현(50) 전무는 롯데마트 사업부장(대표)을 맡게 됐다.

▲박윤기 롯데칠성 대표이사
▲박윤기 롯데칠성 대표이사

롯데푸드 대표이사에는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을 역임한 이진성(51) 부사장이,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이사에는 LC USA 대표이사였던 황진구(52) 부사장이 승진 내정됐다. 신임 롯데지알에스 대표이사에 내정된 롯데지주 경영개선팀장 차우철 전무와 롯데정보통신 대표이사로 보임하는 DT사업본부장 노준형 전무도 52세다.

▲이진성 롯데푸드 대표이사
▲이진성 롯데푸드 대표이사

롯데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롯데지주에서도 인적 쇄신이 이뤄졌다. 커뮤니케이션실장으로 롯데건설의 고수찬 부사장이 승진 내정됐다. 준법경영실장으로는 컴플라이언스 강화를 위해 검사 출신 박은재 변호사를 부사장 직급으로 영입했다.

'철저한 성과주의'에 승진ㆍ신임 임원 전년 80% 수준…여성 임원 확대 기조는 유지

이와 동시에 롯데그룹은 조직 군살 빼기를 통해 전반적인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한다.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50명의 신규 임원을 선임했는데, 이는 지난해(64명)에 비해 20% 줄어든 수치다.

신규 임원 수를 대폭 줄이면서 직급 체계도 손봤다. 우선 임원 직급단계를 기존 6단계에서 5단계로 축소하고, 직급별 승진 연한도 축소 또는 폐지했다. 젊고 우수한 인재들을 조기에 CEO로 배치하기 위한 조치라고 그룹은 설명했다.

특히 부사장 직급의 승진 연한이 폐지됨으로써 1년만에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상무보A와 상무보B 2개 직급은 ‘상무보’ 직급으로 통합했다.

다만 임원 수 대폭 감소 속에서도 여성 임원 발탁 기조는 유지됐다. 롯데그룹은 이날 인사에서 여성 임원 4명을 신규 선임했다. 이는 지난해(3명)보다 증가한 수치다.

송효진(롯데칠성음료), 이주영(롯데백화점), 정란숙(롯데멤버스), 권기혜(롯데케미칼 첨단소재사업) 상무보가 각각 새롭게 임원으로 선임됐다. 2017년 롯데지주 출범 당시 "롯데에서 여성 인재들이 유리천장의 벽을 느끼게 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던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성장동력 찾아라" 신 회장, 화학 계열사 힘 싣나

또한 업계에서는 이번 롯데그룹의 화학 계열사 인사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유통 부문이 흔들리면서 신 회장이 미래의 캐시카우로 롯데케미칼 등 화학계열사를 점찍고 집중적으로 육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인사 전날인 25일 신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의왕사업장에서 회동하면서 업계에서는 양사가 향후 차량 신소재 사업 관련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임병연 롯데미래전략연구소 대표 (사진제공=롯데그룹)
▲임병연 롯데미래전략연구소 대표 (사진제공=롯데그룹)

이번 인사에서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를 맡았던 임병연 부사장이 롯데미래전략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롯데미래전략연구소는 롯데그룹의 미래 사업 방향의 밑그림을 그리는 곳으로 평가된다. 임 대표의 보임이 향후 화학 계열사에 힘을 싣겠다는 신호로 해석되는 이유다.

화학 계열사 임원진이 전반적으로 젊어진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임 대표의 빈자리는 LC USA 대표이사였던 50대 황진구(52) 부사장이 맡았다. 롯데케미칼ㆍ롯데정밀화학ㆍ롯데알미늄에서는 여성 임원 1명을 포함해 6명의 신규 임원이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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