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권의 글로벌 시각] 제1기 트럼프 행정부가 쏘아 올린 안보 주제들, 쿼드와 핵무장

입력 2020-11-0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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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주핀란드 대사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바이든 후보가 미국 대통령 당선자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의 당선이 확정되면 인수팀에서 새 정부의 정책들을 꾸릴 것이고 그 가운데 한반도 정책도 포함될 것이다. 바이든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미국을 약속하고 있어서 그의 정책 기조도 ABT(Anything But Trump)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래서 지금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나온 안보 주제들을 살펴보는 것이 의미가 없다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누구인지와 관계없이 현실의 흐름으로 인한 필연성을 띤 것들이 있다. 이들은 근본적인 배경이 변하지 않는 한 이름이나 형식이 다를 수 있으나, 바이든 정부에서도 다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의 당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제기된 안보 주제들을 살펴보는 이유이다.

첫째는 쿼드(Quad)다. 쿼드는 트럼프 행정부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부상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강하게 밀고 있는 주제이다. 미국의 물리적인 국력이 쇠퇴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지만 언제부터인가 중국을 혼자 상대하는 데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있는 호주, 인도, 일본과 힘을 합하여 중국의 부상에 대처한다는 쿼드 구상이다. 쿼드에 대한 미국의 생각을 올해 8월 말 미국-인도전략동반자포럼에서 나온 스티븐 비건 국무부 차관의 발언에 따라 요약해보면 인도-태평양 지역의 민주국가인 4국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위하여 협력하는 것이다. 그는 쿼드는 다른 국가에도 열려 있으며 그 목적이 반중국 연대를 넘어 지역 내 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의 공동 이익을 증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쿼드의 협력 상대(Quad Plus)라는 맥락에서 베트남, 뉴질랜드와 함께 우리나라를 언급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외교 채널을 통해 우리에게 쿼드에 참여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고 하고, 국내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있다.

쿼드는 라틴어로 4를 의미한다. 비건은 쿼드가 열려 있다고 했지만 협력체의 이름에 참가국의 숫자가 들어가 있다. 우리가 들어가려고 해도 의자가 4개밖에 없어서 앉을 데가 없다. 국력은 말할 것도 없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민주국가라면 단연 우리가 모범이다. 우리는 잠재적으로 중국과 1300km에 이르는 국경선을 갖고 있다. 양국 수도가 수백 km 거리에 있다. 거기다 우리는 아직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분단국가이다. 우리의 중국에 대한 전략적 입장이 도서국가인 호주, 일본과 같을 수 없다. 인도는 비록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고 분쟁도 일지만 우리와는 맥락이 전혀 다르다. 미국이 우리가 쿼드에 안 들어온다고 섭섭해하고 우리가 중국에 기울어 있어서 그런다고 말하기 전에 보다 깊이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두 번째는 우리의 핵무장 문제이다. 이 문제는 올해 8월 중순 트럼프 대통령이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일본, 대만의 핵무장에 대한 질문에 모호한 답변을 함으로써 주목받은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으로만 봐서는 그가 한국의 핵무장을 지지한다고 볼 만한 근거는 못 된다. 그러나 그가 2016년 대선 후보 시절 우리와 일본의 핵무장을 말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것이 트럼프만의 생각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30년간의 북한 비핵화를 위한 움직임은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북한의 핵능력은 우리에 대한 핵위협에 관한 한 이제 더 이상의 개선이 필요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리라고 보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렇다면 이제 북한 비핵화라는 허상에서 벗어나 현실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북한 같은 체제의 자비심에만 우리의 운명을 맡기는 상황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한미동맹을 포함한 안보 환경도 늘 같으라는 법이 없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끝내는 한 가지 방법은 우리도 같은 무기로 무장해서 공포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공포의 균형은 으스스하게 들릴 수 있지만 냉전 기간 꽤 잘 기능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본도 핵무장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자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막기 어렵다. 대만도 마찬가지다. 사실 동아시아에는 동맹국이며 사회주의 국가들인 중국과 북한만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불합리한 구조로 되어 있다. 핵 도미노라고 비명을 지르기 전에 지금의 세계 평화도 근본적으로 핵무기를 통한 공포의 균형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평화를 지향하는 대한민국 국민들만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비현실적인 명분 아래 북한 핵무기의 공포에 떨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는 점점 정당화되기 어렵다. 위험하고 어려운 길일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이 더 위험할지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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