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석화업계 "공장 돌려야 돼?"

입력 2008-11-19 17:57 수정 2008-11-1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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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진 역전으로 가동할수록 손실폭 커져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에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유업계의 경우 복잡한 공정을 거쳐 원유를 가공해 만드는 휘발유 시세가 원유 시세를 밑도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기초원료인 나프타 가격 폭락으로 인한 재고자산 평가차손(재고차손)이 발생하고 석유제품 수요 부진 등으로 주문이 뚝 끊겼다.

즉 원료 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제품으로 인해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원유-휘발유 가격 역전

1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46.67달러,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휘발유(옥탄가 92기준) 가격은 배럴당 43.36달러로 휘발유가 원유보다 3.31달러 비싸다.

하루 10만배럴의 휘발유를 생산하는 정유사의 경우 단순 계산으로도 33만달러 이상을 손해보는 셈이다. 이러한 추세는 지난 5일 원유와 휘발유 간 시세가 역전된 이후 점차 가격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 5일 원유와 휘발유간 가격차가 배럴당 0.1달러에 불과했지만 2주간 지난 18일엔 3.31달러까지 가격차가 벌어졌다.

예전에도 이런 가격 역전 현상이 두어 차례 있었지만 오래 가지는 않았다. 2001년에는 하루 만에, 올 8월에는 나흘 만에 역전현상이 풀렸다.

이문배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시장분석실장은 "미국의 휘발유 수요 감소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반영돼 원유와 휘발유 가격 역전 현상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역전현상은 내년 3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경기 침체는 휘발유 수요를 크게 줄였다. 전 세계 휘발유 소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 수요가 지난해보다 6% 정도 감소했다.

이문배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시장분석실장은 "미국 휘발유 재고(在庫)가 9월 중순 이후 빠르게 증가하는 데다 10월 중순부터는 휘발유 수입 물량도 급감하고 있다"며 "국내 정유회사들의 대미 석유제품 수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인도에 건설 중인 대규모 정유공장이 내년 초부터 가동되면 휘발유 공급물량이 증가하면서 가격경쟁을 촉발해 더욱 가격차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미(對美) 석유제품 수출이 줄어들고 국내 정유회사의 정제 마진도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늘어나는 재고차손

석유화학업계는 나프타가격과 석유제품 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급격한 재고차손을 떠안게 돼 공장을 돌릴 수록 손실폭이 커지고 있다.

이는 석유화학업체들이 나프타를 포함해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통상의 시장 수요를 예측하고 미리 구입해 재고로 쌓아두고 있는데 당시 고가에 매입했던 석유제품들의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 평균 t당 1156달러 하던 국제 나프타 가격이 이달 18일 t당 310달러에 거래돼 4분의 1 수준으로 토막났다. 특히 나프타 가격 하락분이 석유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되면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파라자일렌(PX) 국제가격은 지난 7월 t당 1608달러에서 이달 중순 585달러대로, 폴리프로필렌(PP)은 평균 2012달러에서 755달러 수준으로 각각 떨어졌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업계는 가동률 조정에 이어 공장 가동 중단까지 단행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국내 최대 규모 나프타분해시설(NCC) 업체인 여천NCC가 이날부터 제3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SK에너지는 지난달 27일부터 울산 콤플렉스 내 NCC 1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태광산업도 이달 초 아크릴 섬유원료를 생산하는 울산 3공장 가동을 한 달가량 중단키로 했으며 LG화학, 호남석유화학 등도 공장 가동률을 10~30% 가량 낮췄다.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재고로 쌓아놓은 나프타의 재고차손이 커 공장을 가동할수록 손실이 커지고 있다"며 "차라리 공장을 멈추는 것이 오히려 비용을 절감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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