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의 상징과도 같았던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가족과 재계 인사, 임직원들은 무겁고도 경건한 분위기 속에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유족들은 28일 오전 7시 30분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지하 강당에서 영결식을 비공개로 치렀다. 영결식에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직계가족뿐 아니라 이 회장의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 조카인 정용진 부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등도 참석해 고인을 배웅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등 유족들과 관계가 깊은 재계 총수도 참석했다.
영결식은 이수빈 삼성 상근고문(전 삼성생명 회장)의 약력보고로 시작했다. 이 고문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초석을 다지고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고인의 삶을 회고했다. 보고 도중 “영면에 드셨다”라는 부분에선 목이 멘 듯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이 회장과 고교 동창인 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은 고인의 어린 시절을 추억했다. 이어 김 회장은 “‘승어부’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아버지를 능가한다’라는 의미”라며 “이것이야말로 효도의 첫걸음이다. 나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이 회장보다 ‘승어부’한 인물을 본 적이 없다”라고 고인을 평가했다. “이 회장의 어깨너머로 배운 이재용 부회장은 새로운 역사를 쓰며 삼성을 더욱 탄탄하게 키워나갈 것”이라 덧붙이기도 했다.
이후 추모 영상 상영, 참석자 헌화 순서로 영결식을 끝낸 유족들은 8시 22분께 강당을 빠져나와 버스 2대에 나눠탔다. 이재용 부회장은 정면을 응시한 채 걸어 나왔고, 이부진 사장은 고개를 숙이며 감정에 북받친 듯 오열했다. 버스는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는 장례식장 지하 2층의 빈소로 이동했고, 유족들은 빈소에 약 20분간 머물렀다.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장 부사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등 전·현직 고위 임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빈소 1층 앞에 서서 발인을 기다렸다.
운구차와 유족들을 태운 버스는 빈소를 출발해 8시 55분께 삼성서울병원 정문을 빠져나갔다. 삼성 전·현직 임원을 태운 버스도 뒤따랐다.
운구 행렬은 이 회장의 발자취가 담긴 공간을 거쳤다. 먼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과 이태원동 승지원(承志園), 리움미술관 등을 들렀고, 경기 화성에 있는 반도체 사업장으로 향했다.
화성사업장 정문에는 “회장님의 발자취를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렸고, 1000여 명의 임직원은 길가에 나와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11시 2분께 이곳에 도착한 운구 행렬은 사업장 내부 도로를 따라 이동하며 연구동 등의 건물을 천천히 지나쳤다. 일부 직원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후 운구 행렬은 11시 55분께 장지인 경기 수원시 가족 선영에 도착했다. 묘역에서 진행된 장례는 약 1시간에 걸친 절차를 거쳐 엄숙히 진행됐다. 장지는 이 회장이 1969년 설립한 수원사업장에서 불과 10㎞ 떨어진 곳이다. 평생의 노력과 열망이 깃든 곳을 바라보며 고인은 영면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