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절필 선언' 부담…끊임없이 변하고 싶다"

입력 2020-09-2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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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시집 '능소화가 피면서~' 출간

▲시인 안도현. (사진제공=창비)
▲시인 안도현. (사진제공=창비)
"불의한 권력이 있을 때 시로 맞서지 않고 오히려 시를 포기함으로써 맞서는 자세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게 해소된 뒤 처음 시 '그릇'을 발표했는데, 달라진 걸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도 느꼈죠."

절필 선언 이후 7년 만에 신작을 들고 돌아온 시인 안도현은 2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절필 선언'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안도현은 "제가 절필한 게 독립운동 같은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 기간 동안 저 스스로 저를 돌아볼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2012년 '북향' 이후 8년 만에 펴내는 11번쨰 시집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창비)는 안도현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여준다.

안도현은 "80년대에 20대를 보냈기 때문에 시인으로서 세상의 큰 움직임을 시가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시가 세상을 바꾸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실제 믿었던 적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살아보니 시가 세상을 바꾸려는 열정을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시가 할 일은 작은 것에 더 관심 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시집엔 화초, 식물, 어머니, 고모 등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소재들이 등장한다. 특히 어머니와 고모를 들어 여성가족의 역사를 복원하는 것에 대해 "평범하게 살아온 우리 어머니나 고모 같은 분들의 삶 속에 수사보다 더 시적인 것이 들어있다고 생각했다"며 "이 세상을 살아온 분 듦의 삶 자체가 시"라고 설명했다.

안도현은 이어 "80년대에 시를 쓰는 제 머릿속에는 민주화, 통일, 노동해방 등 이런 개념들이 너무 많이 있었다"며 "좀 더 작고 느리고, 이런 것의 가치를 시로 쓰는 것도 중요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올 2월 40년 동안 살았던 전북 전주를 떠나 고향인 경북 예천으로 이사한 안도현의 삶은 이전과 조금 달라졌다. 내성천 강변에 자리 잡은 그는 돌담을 쌓고 꽃밭, 텃밭을 꾸리며 생활하고 있다. 예천에서 쓴 시는 '연못을 들이다', '꽃밭의 경계'다. '예천 산천'이라는 이름의 계간지를 내고, 고등학교 문예반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안도현은 "경상도 사람들은 흔히 서울로 가는데, 나는 수직이 아닌 수평 이동을 했다"며 "20대부터 전라도가 가진 역사성에 주목해 시를 썼고, 세계관·역사관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이어 "이제 삶의 환경이 바뀐 만큼 시도 바뀔 것 같다"며 "유년의 공간으로 돌아가면 회귀하고 회상하는 관점으로 보기 쉬운데 가능하면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 현재 발 딛고 있는 고향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두고 새로운 유년을 사는 것 같이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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