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특금법이 시행되면 대부분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는 규제대상이 되고, 다른 어느 나라보다 강화된 신고요건이 스타트업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구태언 변호사(법무법인 린·사진)는 22일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을 위한 세미나'에서 "특금법 이후엔 결국 대기업 위주의 가상자산 사업으로 진행될 우려가 있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내년 3월 시행되는 개정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은 가상자산사업자들의 고객신원확인(KYC)과 자금세탁방지(AML),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의무화해 사업자 등록 기준이 강화하는 게 골자다.
구 변호사는 ISMS 인증과 실명계좌 요건이 스타트업에겐 과잉규제라고 했다.
그는 "혁신을 주도하는 스타트업 육성 정책과 괴리가 있다"며 "스타트업들이 라이센스를 받은 대기업(가상자산사업자) 산하에 하청업자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금법 이후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의무화된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최소 수 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대부분 스타트업이므로 초기 규제 대응 시스템 구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는 새로운 산업을 수용하고 육성하는데 전통적 업권법이 방해가 되고 있다고 했다.
특금법이 시행되면 금융회사 대상에 가상자산 사업자가, 금융거래 규정엔 가상자산 거래가 새로 추가된다.
구 변호사는 "블록체인 산업의 진흥을 위해 새로운 입법 방식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가상자산을 별도로 분리해 추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통 금융법령에 의해 '금융거래'로 포섭되면 자연히 특정금융거래보고법의 적용을 받게 되므로, 특금법에 별도의 가상자산사업자 규정을 둘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종류별로 규제 정책을 달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가상자산의 종류와 발행 규모나 단계를 불문하고 같게 규제하기 때문에 법 통과 6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시행령이 확정되지 않아 가상자산 업체는 투자 유치 등 모든 활동이 정지된 상태"라고 꼬집었다.
구 변호사는 증권형(금융형) 가상자산을 핵심 규제 대상으로 하되 유틸리티형이나 지불형 가상자산은 '우선 허용·사후규제' 원칙을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증권형은 디지털화된 실물 자산을 말하고, 유틸리티형은 블록체인 플랫폼을 쓸 때 통용되는 자산이다. 지불형은 결제에 쓰이는 포인트 자산이다.
구 변호사는 "유틸리티형 가상자산은 이용권으로서 특정한 서비스와 분리해서는 존재가치를 잃기 때문에 가치 저장 기능이 있더라도 서비스가 지배적인 사업자의 지위에 오르기 전에는 규제할 필요성이 매우 낮다"며 "지불형 가상자산도 전자화폐와 같이 범용적인 지위에 오르기 전에는 특정 사업자 사이에서만 유통돼 글로벌 자금세탁에 이용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증권형 가상자산의 경우 전통 금융상품의 디지털버전으로서 가치의 저장 기능과 유통기능을 함께 갖고 있고 기존 금융법령에 영향을 미치므로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으나 자본시장법 등 기존 금융법령의 특별법 형태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